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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연말까지 가계 신규 신용 대출의 문턱을 대폭 높인다. 가계 대출 증가세를 묶어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권고를 맞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연말 연시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연말까지 2000만원을 초과하는 모든 신규 가계 신용대출을 막기로 했다. 소비자가 새로 신청하거나 한도를 높여달라고 요청한 모든 신용대출이 2000만원을 넘으면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상에는 건별 신용대출, 집단 신용대출, 한도 대출(마이너스통장)이 모두 포함된다. 단 대출 희망일이 내년 1월 4일 이후이거나 대출 서류를 보낸날이 지난 21일 이전이면 가능하다. 또 서민 금융 지원 신용대출(KB사잇돌중금리대출·KB새희망홀씨Ⅱ·KB행복드림론Ⅱ 등)도 승인을 내 준다.

국민은행이 가계 신용 대출 한도를 내린 건 이 달 들어 두번째다. 지난 14일에는 신규·증액 신청 건에 기존 대출을 포함해 1억원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여기에 약 일주일만에 2000만원으로 신규 대출을 묶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헤 연말까지 속도 조절을 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내년 1월부터는 제한이 일부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오는 23일부터 31일까지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일부 대출 상품에 대해 신규 접수를 전면 중지한다. 지난 15일부터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등 직장인 비대면 신용 대출을 중단한데 이어 오프라인 접수도 막은 것이다.

다른 은행들도 연말을 앞두고 대출 빗장을 잇따라 걸어잠그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일시적으로 멈췄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지난 17일부터 직장인 고신용자 대상 신규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을 받지 않고 있다.

전문직 고소득자에 대한 대출 한도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지난달부터 잇따라 전문직 전용 대출의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였다. 하나은행도 이르면 이달말부터 전문직 신용대출 기본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내릴 계획이다.

연말까지 은행들이 대출 조이기 ‘총력전’에 들어가면서 당분간 소비자들은 신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10월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 12월까지 월평균 신용대출 증가액을 2조원대로 관리하라고 권고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제시한 숫자를 맞추려면 신규 대출을 막는 수밖에 없다”며 “새해부터는 다시 대출 문턱이 다소 낮아지겠지만 고소득 전문직들의 대출 한도는 늘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고액·고소득 신용대출 관리 강화를 위해 발표한 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