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료소 운영 시작에 앞서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료소 운영 시작에 앞서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버티는 상태다."
"당장 쓰러지는 의료진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 최악의 상황이다."
18일 <한경닷컴>이 현장 취재한 전국의 방역·의료 인력들이 꺼낸 말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1000명대를 넘으면서 현장에선 이같은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정점에 달했지만 정부는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 시점은 아니라고 밝혔다. 핵심 조건인 방역망 통제 상실이나 의료 체계 붕괴 상황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의료계 인사들은 "의료체계 전체가 붕괴된다는 것은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의료체계가 한 번 붕괴된 후에는 3단계 격상이 어떠한 효과도 낼 수 없다"며 "유럽처럼 길거리에 환자들이 방치되는 상황이 오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의료체계 큰 차질 없다"는 정부

신규 확진자 수는 18일 또다시 1000명을 넘었다. 올 초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이달 13일 처음으로 1000명을 넘긴 뒤 사흘 연속 1000명대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8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062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는 앞서 방역당국이 제시한 사회적 거리두기 최종 3단계 기준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최근 1주일간 지역발생 일평균 확진자는 882.6명에 달해 이미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인 '전국 800∼1000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증가 시'를 충족하고 있다.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를 감당할 중환자 병상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 남은 중환자 병상은 단 3개. 이 때문에 최근 서울에서는 병상이 없어 자택에서 대기하던 코로나19 환자가 확진 판정 사흘 만에 제대로 된 치료도 받아 보지 못한 채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위한 내부 검토에 나섰으나, 당장은 격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17일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3단계를 판단하는 중요한 개념적 기준은 방역 통제망이 상실됐느냐, 의료 체계의 수용 능력이 초과했느냐 등 크게 두 가지이다. 아직까진 (국내 상황은) 어느 정도 여력을 가지면서 견뎌내는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그간 확충한 의료체계를 통해 아직 환자 진료에 큰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현장 지원을 나온 51사단 장병들이 지친듯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사진=뉴스1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현장 지원을 나온 51사단 장병들이 지친듯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사진=뉴스1
하지만 현장 의료진 반응은 다르다.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 숫자가 큰 폭으로 늘면서 현장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가량 이어지면서 일선에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 등을 맡는 의료진들이 트라우마, 피로 누적 등 고충을 겪고 있다.

한파 몰아닥쳐도 새벽까지 근무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전국 지자체 의료진들에게 지난 14일부터 3주간 전수검사를 시행하고 선별진료소 근무시간을 연장하라고 지시했다. 현장 의료진들은 "3주만 버티자는 심정"이라면서도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시흥시 보건소 선별진료소 간호사 최모씨(50)는 "전수검사 지시로 기존 선별진료소에 이동 선별팀을 별도로 구성했다. 이 때문에 제한된 의료진이 선별진료소는 물론 환자 이송, 역학 조사 등에 계속해서 투입되고 있다"며 "한번 환자가 발생하면 이들의 동선 열 몇 군데를 모두 나가서 체크하고 있는데, 지금 인력으로는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근무 연장으로 준비 시간까지 포함해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기본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환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에 투입돼 새벽 1시에 일을 마치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주말에도 투입되면서 쉴 틈이 없다. 당장은 이동 선별진료소 운영하는 3주만 버텨보자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경기 고양시 보건소 선별진료소 간호사 이모씨(51)도 전날 의료진 20여명이 930명을 검사했다며 "대상자 수가 더 늘어나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씨는 "현재 2교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필수 근무 시간을 피해서, 그것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잠깐 쉬고 있다"며 "인력이 부족해 선별진료소 근무 시간이 아님에도 이송 및 이동 검체 진료 등에 추가 투입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이틀에 한 번 하던 야간 근무에 매일 투입될 수 있고, 쓰러지는 의료진도 나올 수 있지 않겠나"라며 "이미 마지노선을 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주 내내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까지 몰아닥친 것도 애로점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검사 확대 조치로 14일부터 수도권에 임시 선별검사소 140여곳이 순차적으로 운영에 들어갔는데, 야외에 임시로 세웠기 때문에 사방이 트인 얇은 천막에서 진단을 하고 있다. 가뜩이나 피로도가 높은데 칼바람에도 노출된 것이다.
17일 오후 운영을 시작한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진료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후 운영을 시작한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진료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의왕시 보건소 감염병관리팀장 김모씨(52)는 "수시로 손이 굳고 난로를 틀어도 추운데 야간 9시까지 야외에서 근무하고 있다"면서 "최악의 상태다. 추운 날씨에 밥도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로 검진을 이어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방호복 착용 권장시간인 2시간을 지킬 수 있는 상황도 여의치 않다. 경기 과천시 보건소 감염병관리팀장 김모씨(54)는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상태에서 의료진들이 방호복만 입고 진단에 나서는데, 기본 착용 시간인 3시간을 매일같이 넘기면서 피부 등이 눌린다. 건강이 악화하는 분들이 연일 나온다"며 "그런데도 쉬기 힘들다. 말 그대로 다 같이 이를 악물고 버티는 상태"라고 했다.

"의료체계 붕괴는 회복 불가 의미…당장 3단계 격상해야"

이들은 정부가 3단계 격상 여부에 대해 보다 적극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단계 이외에도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간호사 이씨는 "확진자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있어 3단계 격상이 필요하다. 사실상 지금 단계를 격상한다고 해서 우리 근무 입장이 바뀌지는 않는다"면서 "의료진이 이미 최대치를 하고 있기에 더는 무리라는 것이다. 접촉을 줄이기 위한 3단계가 시행돼 감염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짚었다.

보건소 감염관리팀장 김씨 또한 "정부가 3단계 격상을 미루는 데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해법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집단 감염보다 일상에서 이뤄지는 친인척 모임 등에서 감염이 잦다. 당국이 전문가들과 협의해 방법론을 여러 가지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전에 비해 검사 수가 4배 정도 늘어난 상태에서 마무리 시점이 안 보인다.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하는 대형병원 의료진 입장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정부의 '의료체계 붕괴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논리에 대해 "의료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과 상의한 결론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홍렬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단계 격상은 당장 필요한 조치다. 의료체계는 한번 붕괴되면 회복이 안 된다"면서 "붕괴 이전이니까 3단계 격상하겠다는 게 맞는 얘기다. 붕괴된 이후는 어떠한 조치도 소용이 없다"고 역설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이 속도로 중증환자와 사망자 늘게 되면 의료체계가 받쳐 줄 수가 없다. 서울 중환자 병상이 1개 남은 상황에서 의료체계가 아직 붕괴되지 않았다는 것은 현장을 직접 뛰지 않은 분들이 하는 얘기"라며 "방역당국이 중환자를 직접 보는 의료진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중환자는 치료할 인력 자체가 제한돼 있다. 인공호흡기, 에크모 등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중환자 전문의나 호흡기 전문의, 흉부외과 전문의 정도"라며 "의료체계를 잘 모르는 것이다. 생활치료센터에서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는 환자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원대학교병원 음압 병상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강원대학교병원 음압 병상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이홍렬 교수는 "호흡기 내과는 의료진 반가량이 코로나 관련 의료에 투입되고 있다. 거의 탈진 상태"라며 "이 때문에 기존 호흡기 내과 환자를 못 보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일반 환자 보는 것까지 지장이 있는 상태라는 것이며, 이 같은 의료체계 붕괴는 코로나 이외까지 연쇄효과를 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가다간 방역도 경제도 모두 놓친다. 지금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감염병 특성상 환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순식간이라 "지금 막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천은미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의료체계 붕괴가 유럽처럼 환자들이 길거리에 방치되는 수준을 뜻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미 대기하다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망자가 나와야 한다는 것인가"라면서 "거리두기 단계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기준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