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는 기업회계·금융지식을 겸비한 전문가나 은행권 출신 등이 주로 선임된다. 구조조정 기업에 파견돼 일종의 감사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워크아웃 단계에서는 당연히 채권자협의회가 CRO를 선임하지만 기업이 법원 문턱을 넘어가면 CRO에 대한 주도권은 채권자협의회 혹은 법원으로 양분된다.
법원은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의 도입에 따른 견제장치 중 하나로 2011년부터 CRO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 채권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CRO 선임은 원칙적으로 채권자협의회의 추천을 따른다. 채권자협의회로부터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법원이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회생기업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CRO후보자와 위촉계약을 체결한다. CRO들은 회생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자금지출 등을 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를 격주 단위로 법원에 보고하고 있다. CRO 임기는 회생절차가 종결될 때까지다.
다만 산업은행 등과 같은 주요 채권자가 없거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채권자협의회의 추천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 법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풀(pool)'에서 선발하기도 한다.
기업회생에 정통한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워크아웃 단계에서는 채권단인 은행 퇴직자들 중에서 CRO가 선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법원에서는 은행 출신 여부보다는 회생과정 전반을 한번 경험해봤거나 최소한 관련 지식이 있는 CRO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생기업 CRO의 전문성을 양성하기 위해 한국생산성본부에서는 부실기업 회생 지원 전문경영인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RO 파견에 일정한 기준을 정하는 등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워크아웃 단계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 공적 자금의 흐름을 감독할 CRO 파견의 필요성이 당연시됐지만, 법정관리에서는 신규 투입되는 자금이 크지 않기 때문에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회생 전문 법조인은 "최근 들어 은행들이 회생기업의 부실채권(NPL)을 자산유동화전문회사에 처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CRO 파견이 채권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자금 규모가 작은 회생기업이 '한시적 외부인'인 CRO를 고용하면 추가 비용을 치러야 하는 부담도 만만찮다. 한 회생기업 출신 관계자는 "일부 CRO들은 정식 급여뿐만 아니라 거마비나 식대 등을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자신의 임기를 늘리기 위해 회생 종결에 비협조적인 경우 등도 있다"면서 "자산, 부채 규모가 일정 이상인 회생 기업에 한해 CRO를 파견했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여론을 수렴해 서울회생법원 관리위원회도 최근 실무준칙을 개정했다. 서울회생법원 측 관계자는 "내년부터 CRO 평가 제도를 실시해 CRO의 업무 실태, 업무 능력 등을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