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소셜미디어에서 타이레놀 서방정의 포장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약국에서 흔히 사먹는 일반의약품은 8~10개의 알약이 촘촘히 포장돼 있는데 타이레놀 서방정은 6개만 들어 있어서였죠.
타이레놀 서방정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까닭은 [박상익의 건강노트]


다른 약들보다 충분히 간격을 두고 포장된 타이레놀 서방정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타이레놀 서방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며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부에선 과대포장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타이레놀 서방정이 6알만 포장된 것은 약물의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타이레놀은 녹는 방식에 따라 속방정과 서방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속방정은 약효가 빠르게 나오는 알약이란 뜻입니다. 타이레놀 500㎎이 속방정이지요. 서방정은 약효가 천천히 발휘되는 알약입니다. 타이에놀 서방정 한 알에는 아세트아미노펜 650㎎이 들어 있습니다.

타이레놀 500mg은 복용 후 3분이면 녹고 15분 만에 진통 효과를 보여 두통이나 치통 등 빠른 통증 완화가 필요한 상황에 복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서방정은 약물이 몸 속에서 오랜 시간 약효를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타이레놀 서방정은 최대 8시간까지 효과가 지속돼 관절염이나 근육통처럼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의 통증을 관리하는 데 유리합니다.

하루 동안 먹어도 안전한 아세트아미노펜의 용량은 4000㎎입니다. 이를 초과하면 간 손상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방 진통효과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서방정을 먹고 나서 약효가 나지 않는다며 연달아 약을 먹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면 자신도 모르게 4000㎎를 초과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타이레놀 서방정이 2018년 10알에서 6알로 포장량을 줄인 것이지요. 타이레놀 서방정의 공식 제품명도 '타이레놀 8시간 이알 서방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알은 천천히 방출된다(extended release)는 뜻이어서 서방정과 같은 말입니다. 한 번 먹으면 8시간 약효가 지속된다는 의미도 포함했습니다.

약물에 대해 소비자가 먼저 공부를 해두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복용을 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브랜드명으로 약을 사기보다 어떤 증상 때문에 약을 먹으려 하는지 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열, 소염, 진통에 사용하는 약물은 아세트아미노펜을 비롯해,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이 대표적입니다. 류지선 파란문약국 약사는 "아세트아미노펜은 진통 해열작용은 있지만 염증 억제 작용은 없다"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들인 이부프로펜은 몸살이나 근육통에, 나프록센은 관절통 편두통 생리통 등에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타이레놀 같은 단일 성분 제제도 있지만 다른 성분과 합쳐 효능을 더 이끌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게보린은 아세트아미노펜 300mg, 이소프로필안티피린 150mg, 카페인무수물 50mg 복합제입니다. 이 중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은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의식장애 등의 부작용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판매가 금지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15세 미만의 소아는 복용해선 안 됩니다.

서울 대형 약국체인 관계자는 "몇 해 전 게보린을 먹고 조퇴하는 방법이 인터넷을 통해 청소년 사이에 유포된 적이 있다"며 "15세 미만 소아가 게보린을 과다복용하면 소화관 내 출혈로 피를 토하거나 급성 간부전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보호자의 각별한 관심히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