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9일 대검찰청을 방문해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에 대한 현장 검증을 3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여야 법사위원들은 양 기관이 공개한 자료가 부실해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며 공방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법무부는 필요할 경우 대검찰청을 통해 전달해온 특활비를 일선 검찰청에 직접 배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법사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법무부와 대검은 2018년부터 지난 10월까지의 특활비 집행 내역 중 일부만을 공개했다.

대검은 일선 검찰청에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특활비 내역은 공개했지만 비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특활비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밀행성이 요구되는 수사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하라"고 실무진에 지시했다.

법무부는 특정 부서에 얼마를 지급했다는 식의 특활비 지출 결의서만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법사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법무부가 지출결의서 달랑 한 장만 내서 상세 내역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대검에서 검찰총장이 개인적으로 쓴 특활비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고 자료도 너무 두루뭉술하게 줬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여야는 법무부와 대검이 공개한 자료가 부실하다고 보고 추가로 자료를 요청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검증에선 대검이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 총액의 16%가량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했다.

법사위원들은 검찰 특활비 중 10%가 법무부에 배정된 사실도 확인했다. 법무부 검찰국은 수사나 정보수집을 하지 않음에도 올해 7억5900만원의 특활비를 지출했다. 다만 추 장관은 취임 후 특활비를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교정본부나 범죄예방정책국, 출입국본부 등이 특활비를 기본경비로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실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내년부터는 특정 업무경비로 전환해서 쓰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검증이 끝난 후 "추 장관은 예년과 달리 검찰 특활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고했고 이어진 문서검증에서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검찰총장의 특활비 배정 및 사용의 적정성에 관한 법무부 장관의 점검 및 조사 지시에 관해서는 대검 감찰부로부터 신속히 결과를 보고받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특활비 문제가 지속될 경우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받아 일선 지검에 직접 배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법사위에 보고했다. 지금까지는 법무부가 특활비를 받아 대검에 전달하면 대검에서 일선 지검에 배분해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도 법무부가 일선 지검의 일반 예산은 직접 배분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 특활비도 일반 예산처럼 직접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