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비재무적 이슈에도 CFO 목소리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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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비재무적 이슈에도 CFO 목소리 내야"](https://img.hankyung.com/photo/202010/01.23935828.1.jpg)
박천웅 국제재무분석사(CFA) 한국협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실물 경제가 불확실한 지금은 기업들의 재무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기”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직접 타격을 입은 기업들 간에도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과 소외된 기업으로 양극화가 나타나는 등 전반적인 어려움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1195명의 회원을 보유한 CFA한국협회는 전 세계 178개국의 CFA자격 보유자 17만8000여명이 소속된 글로벌 CFA협회의 일원이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인 박 회장은 2018년부터 CFA자격을 보유한 한국의 자산운용 및 재무관리 전문가들을 대표하는 CFA한국협회장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들이 현재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를 내다 봐야한다"고 했다. 최근 신용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주식·채권발행이 활발해지는 등 전반적인 기업 자금조달 사정이 나아진 것 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당장 불안하다고 낮아진 금리를 활용해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부채비율을 높이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다"며 "재무구조가 일단 취약해지면 향후 한 순간에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에 따라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진 않을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그는 "과도기 현상이 미래에 일상으로 굳어질 수도 있는 반면 관광업과 같이 코로나19가 사라지면 되살아날 수 있는 분야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면서도 "온라인 유통채널 성장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속됐을 뿐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이 재무재표에 나타나지 않는 비재무적 요소가 CFO들에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시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ESG가 선언적인 의미를 갖는 데 그쳤으나 지금은 다르다"며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에선 '평판 리스크'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같은 기존 비재무 이슈가 곧바로 중대한 재무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가령 반사회적 행태를 반복하는 악덕 기업으로 찍히면 기업이 순식간에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네트워크 경제 체제에서 기업에 대한 나쁜 뉴스는 이제 통제하기 어려워졌고 급속하게 확산된다"며 "세계적으로 ESG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환경문제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에 서명한 기관투자가가 3000곳을 넘었고 한국 정부도 스튜어드십코드를 장려하는 등 각국 정부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CFA한국협회는 ESG나 비지니스윤리 등 기업의 관련 요소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이 ESG 요소를 적극적으로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선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CFO를 포함한 ESG 위원회를 구성해 경영 전반을 조율하고 좋은 정책을 이사회에 제안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책이 잘 추진되는지 평가할 감사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SG의 성과는 일어날 수도 있는 나쁜 일을 막는 것이라 사후에 재무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더 평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