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행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방향이 대체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구체적인 제한 수위를 두고서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전관들의 변호사 개업을 지금보다 어렵게 만드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 4건이 발의됐다.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직 중 저지른 위법행위가 퇴직 이후에 밝혀지더라도 형사소추 여부와 관계없이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에선 ‘재직 중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해 퇴직한 자’에 대해서만 1~2년의 등록금지를 할 수 있다. 법조인 출신인 정성호·최기상 민주당 의원도 변호사 개업 문턱을 높이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위법을 저지른 판·검사의 변호사 자격을 아예 박탈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따라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해야 한다”며 “변호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며, 법을 어겨 조직을 떠난 자가 너무 쉽게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2017년 후배 검사들에게 돈봉투를 건넨 혐의로 징계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과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고영한 전 대법관 등의 변호사 개업이 최근 허가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앞서 고(故) 김홍영 검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해 자살에 이르게 한 김대현 전 부장검사도 지난해 말 변호사 개업을 해 뒷말이 있었다. 대한변협도 현행법상 근거 규정이 없어 이들의 개업을 막지 못한다며 변호사 개업 문턱을 높이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각에선 이 같은 제한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제한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같은 논리라면 위법행위를 저지른 세무공무원의 세무사 개업도 제한해야 한다”며 “변호사 자격을 아예 박탈하도록 한 ‘정청래안’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 위헌 시비에 휘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위법 시비가 있는 전관들의 등록금지 기간 상한선을 높이는 등 근거 규정은 마련하되,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단체에 등록심사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법이 개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