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자 눌러쓰고 고개 푹 숙인채 '터벅터벅'
짙은 녹색 점퍼에 검은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지난 9일 오전 10시44분 서울 가회동에 있는 서울시장 공관 인근 골목길의 폐쇄회로TV(CCTV) 영상에 담긴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다.

경찰은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 시장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상황과 검시 결과, 유족 및 시청 관계자 진술, 유서 내용 등을 종합하면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CCTV와 휴대폰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동선과 행적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지도 충분히 살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시신을 부검하지 않고 유족에게 인계하기로 했다.

박 시장이 공관을 나선 것은 9일 오전 10시44분이었다. 공개된 CCTV 속 박 시장은 여느 등산객의 차림새와 비슷했다. 등산복 위에 서울시 브랜드인 ‘아이서울유(I·SEOUL·U)’ 로고가 박힌 검은색 배낭을 메고 있었다. 얼굴은 흰색 마스크로 가렸다. 그는 회색 등산화를 신은 채 힘없이 걸었다.

박 시장은 공관 인근에서 택시를 타고 종로구 와룡공원까지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오전 10시53분 와룡공원 배드민턴장 인근 CCTV에 박 시장의 모습이 담겼다. 와룡공원 이후부터는 CCTV가 없어 정확한 동선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경찰에 박 시장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후 5시17분이다. 박 시장은 그로부터 7시간여 만인 10일 0시1분 서울 성북구 삼청각 인근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선 박 시장의 명함과 휴대폰, 물병 등이 있었다. 소방 인명구조견이 박 시장의 시신을 먼저 발견했고 소방대원과 경찰 기동대원이 뒤따라가 시신을 확인했다.

현재로선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데 따른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시장은 8일 전직 서울시 직원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과 관련해선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위해 확인해주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