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덮친 화마로 그을리고 깨져…폐허로 변해

깊은 새벽에 덮친 화마로 30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고흥군 고흥읍 윤호21병원은 날이 밝자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화염에 뼈대만 앙상'…검게 타버린 윤호21병원 응급실
불이 난 시각은 10일 오전 3시 34분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컸다.

처음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1층 응급실과 환자 대기실은 모두 검게 타버려 형체를 알 수 없었다.

환자들이 앉았던 소파와 의자도 앙상한 뼈대만 남아 뒹굴고 있었다.

뜨거운 화염에 응급실 천정은 검게 그을렸고, 타다 남은 전깃줄이 어지럽게 엉켜 화재로 인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닥은 검은 물로 가득했고 각종 집기가 부서진 채 나뒹굴어 폐허를 보는 듯했다.

응급 환자들을 검사하는 각종 의료장비도 모두 타버려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침대는 뼈대만 남았다.

건물 외벽은 크게 그을리지 않았으나 건물 주변에는 깨진 유리 파편과 잔해로 어지러웠다.

화장실 문도 모두 불에 타 내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6, 7, 8층 일부 유리창도 깨져 긴박했던 화재 진압 상황을 느낄 수 있다.

소방당국은 큰불이 잡히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응급실을 시작으로 수색작업에 나섰다.

불은 1층에서 시작됐으나 유독가스가 전기 배선과 환풍구 등을 타고 환자들이 머물던 병실까지 올라가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2명도 2층과 3층 계단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염에 뼈대만 앙상'…검게 타버린 윤호21병원 응급실
불은 2시간 30여분 만에 꺼졌지만, 소방당국은 3차에 걸쳐 인명 수색작업을 벌였다.

119구조대는 1층에서부터 8층까지 샅샅이 병실 등을 뒤지며 혹시 모를 부상자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병원 주변에는 이른 아침 화재 소식을 듣고 달려온 병원 관계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진화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은 인근 사무실에 모여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연기를 들이마신 일부 의료진은 구조된 뒤 다시 병원을 찾아 상황을 지켜보다 치료를 위해 이송됐다.

한 의료진은 "7층에서 근무하다 계단을 통해 3층에서 깨진 유리창 사이로 겨우 빠져나왔다"며 "연기가 너무 빨리 올라와 경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을 통제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