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장관 입장문' 유출, 석연찮은 법무부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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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여성향 인사와 사전 논의 의혹
'소통 오류' 해명 납득 어려워
이인혁 지식사회부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소통 오류' 해명 납득 어려워
이인혁 지식사회부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취재수첩] '장관 입장문' 유출, 석연찮은 법무부 해명](https://img.hankyung.com/photo/202007/07.18719125.1.jpg)
하지만 이날 밤 SNS에는 전혀 다른 내용의 추 장관 입장문(B안)이 돌았다.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이란 글이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친여 성향 인사들이 이 글을 게시했다가 삭제했다.
법무부로부터 B안을 전달받은 적이 없는 기자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법무부 대변인은 8일 밤 12시께 “위 내용(B안)은 법무부의 최종 입장이 아니며, 게재된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음날인 9일 낮 12시에 더욱 상세한 해명(?)을 내놨다. 전날 추 장관이 입장문 초안인 B안을 대변인에게 전달했는데, 대변인은 이를 수정한 A안을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A·B안 모두 언론에 공개하는 것으로 인식했으나, 대변인실은 A안만 배포했다고 한다. 모두 공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일부 실무진이 이를 주변에 전파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해명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은 1주일간 연일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런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 ‘소통의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일부 실무진’에 대해선 더 의구심이 든다. 왜 SNS에는 A·B안 합본이 아니라 B안만 돌았던 것일까. 직원이 수장의 입장문을 ‘공식 입장’이 맞는지 확인도 없이 공개 전 퍼뜨렸다는 것이 정부부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도대체 그 실무진은 누구인가.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제2의 국정농단’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입장문을 내기 전에 최 대표 등 여권 인사들과 사전 논의를 거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최 대표는 오히려 배후에 ‘정치검사’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궁금증은 의혹과 루머를 낳는다. 추 장관은 재소자의 의혹 제기로 촉발된 ‘한명숙 전 총리 강압수사 사건’에 대해선 검찰에 엄중한 진상조사를 주문했다.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법무부에서도 진상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추 장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편향성 논란이 다소나마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