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딸(6세)인 지아나 플로이드가 아빠 친구의 어깨에 올라 천진한 표정으로 "아빠가 세상을 바꿨다"(Daddy changed the world)고 외치고 있다. 트위터 동영상 캡처
지난달 말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딸(6세)인 지아나 플로이드가 아빠 친구의 어깨에 올라 천진한 표정으로 "아빠가 세상을 바꿨다"(Daddy changed the world)고 외치고 있다. 트위터 동영상 캡처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 쉴 수 없다"며 절규하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46세) 딸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트위터 등에서 퍼지고 있다. 만 6세인 지아나 플로이드는 가족 친구로 알려진 스티븐 잭슨의 어깨에 올라탄 뒤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아빠가 세상을 바꿨다"(Daddy changed the world)고 외치고 있다.

플로이드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났다. 가족이 텍사스주 휴스턴로 이주한 뒤 이 곳 고등학교에서 농구 및 풋볼 선수로 뛰었다. 1993년 사우스 플로리다 칼리지에 입학해 농구팀 선수로 활약한 건장한 청년이었다.
조지 플로이드의 6세 딸인 지아나 플로이드. 트위트 캡처
조지 플로이드의 6세 딸인 지아나 플로이드. 트위트 캡처
졸업 후 마땅한 직업이 없던 플로이드는 고향인 휴스턴으로 돌아와 '빅 플로이드'란 힙합팀에서 래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7년 무장강도 사건에 연루돼 5년 간 수감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플로이드 생전 모습. 한경DB
조지 플로이드 생전 모습. 한경DB
새 삶을 찾아 2014년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주로 이주한 뒤엔 밤낮으로 2개의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낮에는 트럭 운전사로 일했고 밤에는 식당 경비원을 했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실직했다. 플로이드는 막내 지아나 외에 22세의 딸을 두고 있다.

사건이 터진 건 지난달 25일이다. 위조된 20달러 지폐가 사용됐다는 신고를 받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 4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즉각 인근에서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차에 앉아 있던 플로이드를 체포했다. 그 과정에서 플로이드의 몸 뒤로 두 팔을 채웠고 얼굴을 땅과 마주보도록 눕혔다. 백인 경관 데릭 쇼빈은 왼쪽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렀고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어요"(I can't breathe) "엄마"(Mama) "제발요"(Please)를 반복했다.
조지 플로이드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모습. 한경DB
조지 플로이드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모습. 한경DB
행인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하면서 경찰을 향해 "목을 누르지 말라"고 외쳤지만 쇼빈 경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른 3명의 경찰도 행인 접근을 막아섰다.

쇼빈 경관이 목을 누른 지 5~6분 지난 시점부터 플로이드는 코피를 흘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쇼빈 경관은 이후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3분가량 더 목을 누르고 있었다.

경찰은 초기에 "플로이드가 체포 당시 저항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발표했으나 주변 상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플로이드가 반항하는 모습이 발견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인종 차별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계기를 만든 플로이드의 공식 추도식은 오는 8일 휴스턴 '파운틴 오브 프레이즈' 교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플로이드 유해는 휴스턴 메모리얼 가든 묘지에 안장된다.

50전 전승의 '무패 복서' 메이웨더 주니어가 추모의 뜻으로 장례 비용을 모두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유족 측에 전달했다. 휴스턴 경찰은 플로이드 운구 차량이 현지에 도착하면 호위에 나설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정례 미사에서 처음으로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언급하면서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생각을 표명했다. 교황은 "우리 누구도 인종차별과 배척에 눈 감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미 전역에서 시위 양상이 과격해지자 플로이드 가족은 평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플로이드의 남동생 테런스 플로이드는 형이 사망한 추모 장소를 찾아 "폭력을 쓴다고 형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며 평화 시위를 요청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폭력을 합리화하거나 참여하지 말자"며 "증오가 아닌 치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미국은 자신의 비극적인 실패를 점검해야 할 때"라며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특히 젊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이 자신의 나라에서 괴롭힘과 위협을 받는다는 것은 충격적인 실패"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