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 당 통합 이뤄져야"
당직 배분 등 고지 선점 노린 듯
당 재건·쇄신 급한 통합당
"무조건·즉각적 합당해야" 촉구
'길 잃은 보수' 토론회 나온 진중권
"통합당은 뇌가 없다" 직격탄

주호영·원유철, 합당 시기 ‘엇박자’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15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통합당과의 합당 시기에 대해 “법적인 합당 절차를 밟아야 하고 당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필요하다”며 “한국당은 민주 정당인 만큼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을 하려면 당명이나 당선자들의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 당 사무처 직원 배치 등에 대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합당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통합 방법에 대해선 “당 대 당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원 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양당 합당을 위한 수임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했으나 명확한 합당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원 대표는 이날 21대 당선자 총회에서도 “통합당의 지도부 공백 상태가 의도치 않게 길어지고 있다”며 “합당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시기는 정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당선자 사이에서도 통합당의 새 지도부가 들어설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주장과 독자 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당선자 총회에서 이달 26일 전당대회를 열어 ‘5월 29일까지’로 명시된 원 대표 임기를 ‘통합당과의 합당 시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를 놓고 통합당 내에선 “독자 노선을 가려는 의도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 대 당 통합을 요구한 것도 당직 배분 등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태도에 주 원내대표는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무조건적·즉각적인 합당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고, 통합 준비도 다 돼 있다”며 “저쪽(한국당)이 (결정을) 빨리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중권 “통합당, ‘탄핵의 강’ 건너라”
통합당 내에선 한국당과의 합당을 하루빨리 마무리짓고 당 재건 및 쇄신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의동·오신환 통합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길 잃은 보수 정치,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 뒤 당내 30·40대 총선 출마자들의 쇄신 모임인 ‘젊은미래당’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21대 총선 참패의 원인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며 “낡은 보수 정치와 단호한 결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뇌가 없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통합당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의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해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탄핵 총리’인 황교안 씨에게 대표직을 맡긴 것은 탄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통합당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주체도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극우 보수 세력과 단절하고 정상적인 보수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실패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은 여당과 싸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내놓는 생산적인 당이 돼야 한다”며 “여당을 ‘나쁜 놈’으로 몰아세울 게 아니라 ‘후진 놈’으로 만들 생각을 하라”고 강조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