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집중' 용산…이태원과 철도정비창 [여기는 논설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 남산과 한강을 잇는 용산(龍山) 지역이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이태원 클럽의 ‘코로나 집단 감염’과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의 8000가구 아파트 건립 뉴스 때문이다.
◆용을 닮은 지형, 임진왜란 때도 주둔
용산은 산세와 지형이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고려 때 이인로(李仁老)가 쓴 글에 ‘봉우리가 굽이굽이 서려서 형상이 푸른 이무기 같다’는 내용이 나온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양화나루 동쪽 언덕의 산형이 용이 있는 형국이라 생긴 이름’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곳은 도성과 가까우면서 한강을 끼고 있는 교통의 요지다. 조선시대 군수창고가 있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런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이곳에 주둔했고, 1882년 임오군란 후 청나라 군대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군이 청나라 주둔지에 그대로 눌러앉았다. 1904년 일본의 ‘조선주차군 사령부’가 들어선 뒤로 일제강점기 일본인 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광복 직후 미군이 잠시 주둔했다가 철수했고, 6·25전쟁을 계기로 다시 주한 미군기지가 됐으며 평택으로 완전히 이전한 뒤에는 대규모 국가공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태원 클럽 덮친 ‘집단감염 쇼크’
이태원(梨泰院)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이곳에 있던 같은 이름의 역원(驛院·공무여행 중인 관리에게 마필과 숙식을 제공하는 곳)에서 유래됐다. 지금의 용산고등학교 정문 앞에 그 터가 있다. 어원을 더 찾아 올라가면 이곳에 배나무(梨)가 많아서 이태원으로 불리게 됐다.
역원이 있고 한강을 통한 물류 이동이 활발했기에 유동인구가 많았다. 군 기지 주변에는 유흥가가 생겼다. 외국인들이 찾는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 명소이자 다문화 거리가 됐다. 이태원1동의 외국인 비율은 25%를 넘는다. 젊은이들이 많아 춤추고 즐기는 클럽과 주점도 많다. 이곳은 홍대와 강남, 부산에 이은 4대 클럽 밀집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며칠 새 확진자가 100명에 육박할 정도다. 그동안 하루 한 자릿수로 줄었던 확진자가 갑자기 급증하자 방역 당국은 추가 접촉자 파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는 부랴부랴 유흥업소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태원 클럽들은 다시 문을 닫았다.
◆용산역 정비창에 8000가구 ‘들썩’
용산역은 1900년에 처음 생겼다. 1905년에는 경부선 개통으로 부산역까지 가는 열차의 출발역이 됐다. 1906년 러일전쟁 중에 용산역을 기점으로 경의선이 완공됐고, 1914년에는 경원선이 개통됐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기지창 역할까지 맡게 됐다. 한동안 서울역에 밀렸다가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출발역이 돼 활기를 되찾았다.
용산역에 있는 철도정비창 부지(51만㎡)는 서울 도심의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2006년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함께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될 예정이었다. 이듬해 개발사업자가 선정되고 2008년 주민들의 도시개발사업 동의까지 이뤄졌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이 좌초했다.
한때 ‘승천 못 한 이무기 신세’라는 말이 나돌았던 용산 개발은 2018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마스터플랜’ 구상을 언급하면서 재차 주목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이 또한 부동산 시장 과열 때문에 관련 계획이 무기한 보류됐다.
지난 6일 국토교통부가 이곳 철도정비창 부지에 미니 신도시급인 800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공개하자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곧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이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당초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과 달리 도시 경쟁력을 키울 만한 상업·업무 시설이 줄어들고, 전체 8000가구에 2000가구 이상의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정부 계획에 반발하면서 “도시의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 대신 성냥갑 같은 아파트만 마구 짓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용산의 지리적 이점은 예나 지금이나 크다. 교통의 요지와 군사적 전략 요충지인 데다 도심 개발에 따른 미래 투자 가치도 크다. 이태원 클럽의 코로나 파장에도 불구하고 용산 지역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증폭될 전망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용을 닮은 지형, 임진왜란 때도 주둔
용산은 산세와 지형이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고려 때 이인로(李仁老)가 쓴 글에 ‘봉우리가 굽이굽이 서려서 형상이 푸른 이무기 같다’는 내용이 나온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양화나루 동쪽 언덕의 산형이 용이 있는 형국이라 생긴 이름’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곳은 도성과 가까우면서 한강을 끼고 있는 교통의 요지다. 조선시대 군수창고가 있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런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이곳에 주둔했고, 1882년 임오군란 후 청나라 군대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군이 청나라 주둔지에 그대로 눌러앉았다. 1904년 일본의 ‘조선주차군 사령부’가 들어선 뒤로 일제강점기 일본인 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광복 직후 미군이 잠시 주둔했다가 철수했고, 6·25전쟁을 계기로 다시 주한 미군기지가 됐으며 평택으로 완전히 이전한 뒤에는 대규모 국가공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태원 클럽 덮친 ‘집단감염 쇼크’
이태원(梨泰院)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이곳에 있던 같은 이름의 역원(驛院·공무여행 중인 관리에게 마필과 숙식을 제공하는 곳)에서 유래됐다. 지금의 용산고등학교 정문 앞에 그 터가 있다. 어원을 더 찾아 올라가면 이곳에 배나무(梨)가 많아서 이태원으로 불리게 됐다.
역원이 있고 한강을 통한 물류 이동이 활발했기에 유동인구가 많았다. 군 기지 주변에는 유흥가가 생겼다. 외국인들이 찾는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 명소이자 다문화 거리가 됐다. 이태원1동의 외국인 비율은 25%를 넘는다. 젊은이들이 많아 춤추고 즐기는 클럽과 주점도 많다. 이곳은 홍대와 강남, 부산에 이은 4대 클럽 밀집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며칠 새 확진자가 100명에 육박할 정도다. 그동안 하루 한 자릿수로 줄었던 확진자가 갑자기 급증하자 방역 당국은 추가 접촉자 파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는 부랴부랴 유흥업소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태원 클럽들은 다시 문을 닫았다.
◆용산역 정비창에 8000가구 ‘들썩’
용산역은 1900년에 처음 생겼다. 1905년에는 경부선 개통으로 부산역까지 가는 열차의 출발역이 됐다. 1906년 러일전쟁 중에 용산역을 기점으로 경의선이 완공됐고, 1914년에는 경원선이 개통됐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기지창 역할까지 맡게 됐다. 한동안 서울역에 밀렸다가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출발역이 돼 활기를 되찾았다.
용산역에 있는 철도정비창 부지(51만㎡)는 서울 도심의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2006년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함께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될 예정이었다. 이듬해 개발사업자가 선정되고 2008년 주민들의 도시개발사업 동의까지 이뤄졌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이 좌초했다.
한때 ‘승천 못 한 이무기 신세’라는 말이 나돌았던 용산 개발은 2018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마스터플랜’ 구상을 언급하면서 재차 주목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이 또한 부동산 시장 과열 때문에 관련 계획이 무기한 보류됐다.
지난 6일 국토교통부가 이곳 철도정비창 부지에 미니 신도시급인 800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공개하자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곧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이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당초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과 달리 도시 경쟁력을 키울 만한 상업·업무 시설이 줄어들고, 전체 8000가구에 2000가구 이상의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정부 계획에 반발하면서 “도시의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 대신 성냥갑 같은 아파트만 마구 짓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용산의 지리적 이점은 예나 지금이나 크다. 교통의 요지와 군사적 전략 요충지인 데다 도심 개발에 따른 미래 투자 가치도 크다. 이태원 클럽의 코로나 파장에도 불구하고 용산 지역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증폭될 전망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