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출시된 기아차 준중형 세단 K3. 사진=기아차
2013년 출시된 기아차 준중형 세단 K3. 사진=기아차
"K3가 1500만원이면 충분하지 무슨 2000만원이냐"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준중형 새차에 1500만원 타령을 하냐"


지난 27일 기아차의 준중형 세단 K3를 다룬 기자의 [첫차픽]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두 주장으로 양분됐다.

2000만원을 하회하는 가격에 첨단 옵션이 포함된 K3를 구매할 수 있다는 기사 내용에 일부 누리꾼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을 남겼다. 준중형 세단은 1000만원 중반 가격이 적당하다는 주장이었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이 댓글을 본 다른 누리꾼들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답글을 달았다.

해당 누리꾼의 주장처럼 국산 준중형 세단 가격은 실제로 비싸졌을까.

해치백을 제외한 국내 준중형 세단으로 남아있는 모델은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K3 두 종에 불과하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높아지며 소형 세단 모두와 일부 준중형 세단이 단종된 여파다. 모든 옵션이 제외된 최하위 트림을 기준으로 아반떼와 K3 가격 변동을 비교했다. 비교 대상은 운전자 비중을 감안해 자동변속기(CVT) 탑재 모델로 한정했다.

현재 판매되는 아반떼와 K3의 자동변속기 탑재 모델의 시작 가격은 각각 1681만원, 1714만원이다. K3는 인조가죽시트와 버튼시동 스마트키가 기본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준중형 세단의 소위 '깡통' 모델이 대략 1700만원 수준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현재 판매중인 동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가격은 현대차 투싼이 2199만원부터, 기아차 스포티지가 2284만원부터 시작해 세단 대비 약 350만원 가량 비싸다.

아반떼와 K3 가격은 이전 모델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구형 모델일수록 더 저렴한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현재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된 경우도 없지 않았다.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준중형 세단 올 뉴 아반떼. 사진=현대차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준중형 세단 올 뉴 아반떼. 사진=현대차
10년 전인 2010년 5세대 아반떼MD 1.6 자동변속기 모델 가격은 1337만원에서 시작됐다. 현재보다 350만원 가량 저렴하다. 그러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이 현재보다 비싼 1734만원으로 올랐다. 6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출시된 아반떼AD에서는 가격이 1560만원으로 다소 내려갔다. 부분변경 모델에서는 재차 1551만원으로 낮춰졌다.

K3는 2013년 첫 출시되며 1.6 자동변속기 모델 시작 가격을 1520만원으로 책정했다. 부분변경을 하며 가격은 현재보다 비싼 1768만원으로 수정됐다. 2세대로 완전변경이 이뤄진 2018년식은 1561만원으로 저렴해졌다. 그간 사용해온 자동변속기(CVT) 대신 무단변속기(IVT)를 적용했다는 차이는 있다. 결국 과거 완전변경 모델을 기준으로는 현행 모델 가격이 비싸지만, 부분변경 모델을 기준으로는 되레 저렴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가격에는 아직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았다. 2010년 통계청이 91.05포인트로 집계했던 소비자물가지수는 2019년 104.85포인트로 올랐다. 이를 반영하면 2010년 1337만원이던 5세대 아반떼MD 1.6 자동변속기 모델의 시작 가격은 지난해 기준 1539만원으로 상승한다.

10년 새 아반떼 기본 모델 가격이 140만원 가량 비싸진 것인데,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유지 보조(LFA) 등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기본 적용된 점을 감안하면 올랐다고 말하기 어렵다. 2013년 출시된 1세대 K3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가격도 1625만원으로, 현재와 약 90만원 차이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자동차와 다양한 신기술이 도입돼 현재 판매되는 신차를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과거에는 없던 차로유지 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ADAS 센서 가격만 따져도 100만원 이상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차량 가격이 비싸졌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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