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칼럼] 비접촉 시대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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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경영전문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즈니스 세계의 화두는 다시 온라인이 될 것이다. 모이기 어렵고 만나기 불편하게 된 세상에서 비즈니스는 실제 세상보다 가상공간인 사이버에 더 잘 어울린다. 비접촉을 뜻하는 언택트(untact)는 사실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키오스크가 먼저 반긴다. 옆방 아들에게 엄마는 밥 먹으라는 메신저를 보낸다. 이미 사람들은 만나지 않고 있다.
사람 만나는 비즈니스의 위기
코로나 사태가 비접촉 시대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비즈니스 지도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우선 오프라인 맹주들이 디지털, 모바일, 온라인으로 불리는 사이버 영역에 과감히 뛰어들 것이다. 역량있고 자원 많은 대기업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족쇄는 바로 기득권이었다. 전국 주요 거점에 자리잡고 있는 공장과 매장이 브랜드파워와 구매력의 원천이었다. 거기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랐다. 온라인시장을 염두에 둘 이유가 적었다. 그러나 사람의 발길이 끊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온라인을 장악하지 못하면 기존 시장까지도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몰려온다. 대기업들의 온라인 쟁탈전이 시작될 것이고, 과감한 인수합병(M&A)은 자주 듣는 뉴스가 될 것이다.
문제는 산업 자체가 ‘접촉’에 기반을 둔 업종이다. 무역박람회로 상징되는 전시산업을 보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매년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2500여 개 업체, 1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다. 올해 코로나 여파로 창립 33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됐다.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고 대화하고 협상하고 구매하는 것이 전시회의 비즈니스 모델인데 이게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 것이다. 국내 전시업계는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2월 이후 대부분 전시가 개점휴업이다. 3, 4월엔 아무것도 열리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도 가치를 창출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가상현실(VR) 전시, 화상 중계 정도로는 과거와 같은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방법이 적다.
영역 넘나드는 O2O 전략 필요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O2O(Offline to Online) 전략이다. 일본 유니클로는 수년 전 광군제 때 온라인에서 산 옷을 중국 내 500개 매장에서 찾아가고 반품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전년에 비해 매출이 4.5배 늘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해 결합한 O2O 사례다. 어제 7개 계열사의 온·오프 데이터 통합쇼핑몰을 선보인 롯데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오프라인 최강자가 온라인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수천만 명이 수십 년간 매장을 다녀가며 남긴 구매 데이터의 위력을 상상해보라.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으로 진격하는 사이 온라인 업체들은 오프라인 영역으로 세력을 넓힐 것이다. 이 추세는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 온라인 서점으로 기존 대형서점을 파괴했던 아마존은 2015년 미국 시애틀에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북스를 세웠다. 이미 17개가 넘는데, 온라인상에서의 구매 체험을 오프라인으로 그대로 옮겨놨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을 시점인데도 그동안 디지털 변환에 더뎠던 국내 업계에 코로나와 그로 인한 비접촉 환경은 혁신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회전의 와중에 우리 비즈니스는 과연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인지, 혹 놓치고 있는 시장은 없지 않은지 살펴야 한다. 경영자들이 편하게 잠들기 어려운 시절이다.
yskwon@hankyung.com
사람 만나는 비즈니스의 위기
코로나 사태가 비접촉 시대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비즈니스 지도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우선 오프라인 맹주들이 디지털, 모바일, 온라인으로 불리는 사이버 영역에 과감히 뛰어들 것이다. 역량있고 자원 많은 대기업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족쇄는 바로 기득권이었다. 전국 주요 거점에 자리잡고 있는 공장과 매장이 브랜드파워와 구매력의 원천이었다. 거기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랐다. 온라인시장을 염두에 둘 이유가 적었다. 그러나 사람의 발길이 끊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온라인을 장악하지 못하면 기존 시장까지도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몰려온다. 대기업들의 온라인 쟁탈전이 시작될 것이고, 과감한 인수합병(M&A)은 자주 듣는 뉴스가 될 것이다.
문제는 산업 자체가 ‘접촉’에 기반을 둔 업종이다. 무역박람회로 상징되는 전시산업을 보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매년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2500여 개 업체, 1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다. 올해 코로나 여파로 창립 33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됐다.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고 대화하고 협상하고 구매하는 것이 전시회의 비즈니스 모델인데 이게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 것이다. 국내 전시업계는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2월 이후 대부분 전시가 개점휴업이다. 3, 4월엔 아무것도 열리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도 가치를 창출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가상현실(VR) 전시, 화상 중계 정도로는 과거와 같은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방법이 적다.
영역 넘나드는 O2O 전략 필요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O2O(Offline to Online) 전략이다. 일본 유니클로는 수년 전 광군제 때 온라인에서 산 옷을 중국 내 500개 매장에서 찾아가고 반품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전년에 비해 매출이 4.5배 늘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해 결합한 O2O 사례다. 어제 7개 계열사의 온·오프 데이터 통합쇼핑몰을 선보인 롯데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오프라인 최강자가 온라인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수천만 명이 수십 년간 매장을 다녀가며 남긴 구매 데이터의 위력을 상상해보라.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으로 진격하는 사이 온라인 업체들은 오프라인 영역으로 세력을 넓힐 것이다. 이 추세는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 온라인 서점으로 기존 대형서점을 파괴했던 아마존은 2015년 미국 시애틀에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북스를 세웠다. 이미 17개가 넘는데, 온라인상에서의 구매 체험을 오프라인으로 그대로 옮겨놨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을 시점인데도 그동안 디지털 변환에 더뎠던 국내 업계에 코로나와 그로 인한 비접촉 환경은 혁신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회전의 와중에 우리 비즈니스는 과연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인지, 혹 놓치고 있는 시장은 없지 않은지 살펴야 한다. 경영자들이 편하게 잠들기 어려운 시절이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