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건 피비갤러리 개인전 '세 개의 기둥과 하나의 벽'
벽과 기둥으로 사유하는 공간의 속성
화이트큐브 한쪽 면은 아치형 창문이 반복되는 벽지로 채워졌다.

전시장 한쪽에는 겉면을 얇은 나무 재질로 싼 기둥이 서 있다.

형태가 완전치 않지만, 기둥이 두 개 더 있다.

벽돌 기둥은 키가 작아 천장에 닿지 않는다.

금속 기둥은 뼈대만 남아 바닥에 옆으로 누웠다.

종로구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개막한 이종건 개인전 전경이다.

'세 개의 기둥과 하나의 벽'이라는 전시 제목대로다.

건축과 공간을 다루는 작업을 하는 작가는 갤러리 전시장을 재해석한 설치,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서로 분리돼 있으면서도 접점이 있는 벽과 기둥으로 구성된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제대로 선 원형 기둥은 전시장 건물 실제 구조물을 무늬목으로 덮었다.

이 기둥을 세 부분으로 나눈 높이는 벽면 아치형 창문 높이와 같다.

아치형 창문은 전시 작품들의 기본 단위가 된다.

벽지에는 벽돌과 나무 무늬가 있고, 이 밖에도 각 요소가 연결되는 지점이 여럿이다.

벽과 기둥으로 사유하는 공간의 속성
공간 분위기는 실내 장식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더 본질적으로 공간을 지배하는 뼈대가 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성장한 작가는 벽과 기둥이라는 건축의 기본적 구성 요소에 초점을 맞춰 공간의 유동성, 가변하는 공간의 속성을 생각한다.

공간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누가 그곳을 점유하고 어떤 문화의 영향을 받아 흔적이 남으면서 끝없이 변한다는 데 주목한다.

건축 구조물로서는 본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실제 재료와는 다른 재료로 만든 벽과 기둥은 고정된 의미의 공간과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읽힌다.

1979년생인 이종건은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스쿨 오브 디자인 대학원에서 조소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서울대 조소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는 5월 23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