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도 한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국제 유가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원유 비축량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비축 확대가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아시아 주요 석유 소비국들의 원유 비축 여유량은 수억 배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유 석유기업들은 이달 들어 총 2600만 배럴 규모의 원유저장고 확장 계획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원유 비축량을 확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다음달 중순까지 전략 비축유를 최대한도인 3900만 배럴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에너지시장 분석업체 우드매켄지는 인도가 앞으로 1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 22일 5900만달러를 들여 국영 원유저장고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앵거스 테일러 호주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하락한 국제 유가의 혜택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석유 비축시설 대여료를 한시 인하하는 방안 등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들은 석유 의존도가 높으면서 해외 먼 곳에서 수입해야 하는 구조 등이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수산트 굽타 우드매켄지 이사는 “아시아 석유 소비국들에 지금은 절호의 기회”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면서 남아도는 원유는 앞으로 아시아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