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인맥 등 동원 '무원칙결정' 사례…일선 헬스장 준비안돼 '비상'
"美 헬스장, 업계로비 덕 1단계 영업명단 포함"…감염 온상 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표한 3단계 경제 정상화 방안과 관련, 백악관 등에 줄이 닿은 업계 '큰 손'들의 전방위적 로비 덕에 헬스장이 1단계 영업 재개 대상에 가까스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결정도 연줄을 동원한 관련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가운데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인 셈이다.

CNN방송은 23일 '미국의 재개'라고 명명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상화 방안 지침에서 식당과 극장, 교회 등 1단계 영업 재개 대상 목록 끄트머리에 헬스장이 끼어들어 간 것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헬스장이 많은 미국 국민의 일상을 차지하는 필수적 부분이긴 하지만, 체육관이나 피트니스센터 등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위험이 큰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같은 공간에서 땀을 흘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운동기구를 나눠 쓰는 사람들로 가득 찬 헬스장은 여러모로 볼 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영업 재개 우선순위상 가장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CNN은 지적했다.

그런데도 헬스장이 마지막 순간에 1단계 영업 재개 대상에 포함된 것은 관련 업계의 로비 노력에 따른 것이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헬스장 운영기업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전국 건강·스포츠클럽 협회(IHRSA)는 지난 몇 주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로비스트들을 추가로 고용해 행정부 당국자 및 워싱턴DC에 있는 의원들을 상대로 팬데믹 국면에서 체력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메시지를 공격적으로 전파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기대보다 잘 먹혀들며 헬스장이 실제 1단계에 포함됐고, 이는 상당수 업계 인사들도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한다.

이번 로비전에서는 특히 헬스장 체인인 '라이프타임 피트니스' 설립자인 이란계 바람 아크라디, 억만장자 부동산 거물이자 호화 피트니스 기업의 소유주인 스티브 로스 등이 주목할 만한 인물이라고 CNN이 전했다.

아크라디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회복 워킹 그룹' 일원이기도 하다.

이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3단계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 15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업종별 경영진 16명과 가진 컨퍼런스 콜에도 멤버로 참석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IHRSA 이사회 멤버이자 펜실베이니아 및 뉴저지 소재 피트니스 센터 소유주인 짐 워딩턴도 백악관 대외 업무실에서 근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의 아들 앤드루 줄리아니 등을 통해 움직였다고 CNN은 전했다.

워딩턴은 트럼프 대통령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 주변 인사 및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등에게도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이기도 하다.

IHRSA측은 이번 결정을 "작은 승리"로 반기며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감사 서한까지 보냈다고 CNN은 전했다.

그러나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1단계에서 섣불리 문을 열 경우 헬스장이 자칫 코로나19 감염의 새로운 '핫스폿'(집중발병지역)이 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실제 일선의 상당수 헬스장은 문을 열 채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영업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느라 비상이 걸린 분위기이다.

연방정부 차원의 구체적 지침 결여로 인해 영업 재개를 망설이는 곳도 적지 않다고 CNN은 전했다.

애틀랜타의 가정의학 전문의인 사주 매슈는 CNN에 "건물 안팎으로 많은 사람이 들고 나는 헬스장은 엄청난 보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