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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개항기에야 미술품 가치 인정받은 고려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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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시장의 탄생
    [책마을] 개항기에야 미술품 가치 인정받은 고려청자
    민족문화재 수호에 평생을 바친 간송 전형필(1906~1962)은 1936년 경성미술구락부에서 열린 경매에서 조선백자 한 점을 1만4580원에 낙찰받았다. 일본인 수장가 모리 고이치가 소장했던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제294호)이었다. 다른 백자들이 통상 100~2100원에 거래된 데 비하면 극히 이례적인 고가였다. 일본인들의 독무대였던 고미술품 시장에서 간송이 대수장가로서 공인받는 사건이었다.

    《미술시장의 탄생》은 1876년 개항 후 해방까지 국내에 근대적인 미술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한 책이다. 서양인이 미술시장의 수요자로 참여한 개항기(1876~1904년), 일본인들이 시장을 장악한 을사늑약~문화통치 이전 시기(1905~1919년), 1920년대의 문화통치 시대, 자본주의의 영향이 확대된 ‘모던’의 시대(1930년대~해방) 등 네 시기로 나눠 살폈다.

    개항기에는 서양인이 미술시장의 새로운 수요자로 참여했고, 시대의 격변과 함께 부상한 중인·지주층도 여기에 가세했다. 을사늑약 이후에는 조선으로 이주한 일본인 통치층과 관료층, 변호사 같은 전문직 고소득층이 미술시장을 장악했고, 1920년대에는 수장가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일본인 중산층 지식인들도 수집문화에 합류했다. 간송 전형필과 같은 한국인들이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1930년대였다.

    일간지 미술·문화재 전문기자인 저자는 이처럼 시기별로 새롭게 등장하는 수요층에 자극받아 생산자인 화가와 중개자인 화상(畵商)들이 만들어낸 미술시장의 각종 제도와 그 진화에 주목했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갤러리, 전시회, 골동품 가게, 박물관, 미술품 경매회사 등 근대적인 미술제도들이 언제, 어떻게 등장하고 발전해왔는지 보여준다. 개항기 고종의 외교 고문을 지낸 독일인 묄렌도르프와 미국인 의료선교사 앨런이 자국의 박물관을 위해 민속품과 그림, 도자기 등을 대량으로 수집해 보낸 컬렉터였고, 무덤 속 유물에 지나지 않았던 고려자기를 미술시장으로 끌어낸 것도 서양인들이었다는 등 흥미로운 내용도 많다. (손영옥 지음, 푸른역사, 424쪽, 2만7900원)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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