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통해 음란채팅을 하자며 꼬드긴 뒤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는 ‘몸캠피싱’ 범죄가 해마다 1000건 이상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몸캠피싱이 늘고 있어 제2, 제3의 ‘n번방’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번방 시발점 된 스마트폰 '몸캠피싱'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몸캠피싱 범죄는 1824건으로 전년 대비 22.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1193건이 발생한 몸캠피싱 범죄는 2017년 1234건, 2018년 1406건, 2019년 1824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몸캠피싱으로 인한 피해액 규모도 2016년 8억7000만원, 2017년 18억8000만원, 2018년 30억3000만원, 2019년 55억2000만원 등으로 급증했다.

몸캠피싱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피해자에게 음란채팅을 하자고 유인한 뒤 스마트폰에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금품을 갈취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소리가 잘 안 들린다”거나 “영상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핑계로 피해자에게 악성 앱 설치 파일과 주소를 넘기는 식이다. 몸캠피싱은 보이스피싱처럼 조직적인 금융사기의 형태를 보이는 사례가 많다. 스마트폰과 SNS 보급으로 미성년자들이 범죄 목표물이 되면서 n번방 사건과 같은 성착취 범죄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n번방 범죄는 몸캠피싱이 변화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성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n번방 사건은 한때 국내 유행하던 청소년을 상대로 한 몸캠피싱 사건과 일본에서 유래한 엽기적인 성착취 동영상이 합쳐진 사건”이라며 “별도의 사이트 개설 없이 SNS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범죄”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몸캠 영상을 빌미로 협박·강요한 경우 각각 3년, 5년 이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데 처벌수위가 여전히 낮다고 지적한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몸캠피싱 피해자들을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30대 중국인에게 징역 2년6개월형을 내렸고, 여중생 피해자가 자살한 몸캠피싱 사건도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못했다”며 “국회와 사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웅/안대규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