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시장 5년 새 두 배 성장…"차 한 대 소유보다 여러 차종 경험"
국내 렌터카 시장이 5년 새 두 배 가까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 규모가 5% 성장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차를 구매하기보다 빌려 타기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 렌터카 ‘경제성’ 주목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10대 렌터카 업체의 렌터카 등록 대수는 61만8105대로, 전년(55만5456대)보다 11.3% 많아졌다. 5년 전인 2014년(30만8715대)과 비교하면 두 배 커졌다.

렌터카 시장의 급성장은 장기 렌터카를 빌리는 개인이 많아진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1년 이상 자동차를 빌리면 장기 렌터카, 그 이하는 단기로 분류한다. 과거엔 단기 렌터카는 개인, 장기는 법인이 주된 이용자였다. 하지만 최근엔 장기 렌터카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렌터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소비한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다”며 “한 차를 오래 타기보다 여러 차종을 경험하기 위해 장기 렌터카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많다”고 했다. 국내 렌터카업계 1위 업체인 롯데렌탈은 개인 고객 비중이 45.1%에 달한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개인 고객 비중은 20%대 중반에 그쳤다.

렌터카의 경제성도 주목받고 있다. 장기 렌터카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동차 취득·등록세를 비롯해 보험료, 자동차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 렌터카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트랙스를 4년 할부로 구매하면 선납금, 할부금, 세금, 보험료 등을 합해 2517만원이 든다. 반면 장기 렌터카를 선택하면 2236만원으로 281만원 싸다.

렌터카 업체들은 개인 소비자를 잡기 위해 앞다퉈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찾아가 배터리, 에어컨 필터 등 소모품 등을 교체해 주거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점검이 필요한 부분을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휴대폰을 이용해 견적부터 계약까지 5분 만에 처리해 주는 서비스도 나왔다.

○점점 커지는 차량 공유 시장

렌터카 시장 5년 새 두 배 성장…"차 한 대 소유보다 여러 차종 경험"
렌터카를 비롯한 차량 서비스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모션 카셰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가까운 곳에 있는 공유차량을 확인한 뒤 앱으로 차 문을 열고 시동을 켜 운행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쏘카, 그린카와 비슷한 서비스다. 이용 가능한 차를 확인하고 예약하면 일정 시간 내 찾으러 가야 한다. 이후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을 연동시키고 출발하기까지 과정은 자신의 차를 이용하는 것처럼 수월하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지난해 2월 차량공유 사업에 10억유로(약 1조2700억원)를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다임러와 BMW가 각각 운영하는 차량공유 플랫폼인 ‘카투고’와 ‘드라이브나우’를 결합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다. BMW와 다임러는 베를린에 합작 법인을 두고 차량공유뿐만 아니라 승차공유, 주차 서비스, 충전, 복합운송 등 5개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인도의 차량공유 업체인 올라는 지난해 말 영국 런던 진출을 선언했다. 런던교통공사(TfL)로부터 영업 라이선스를 받고 5만 명 이상 규모의 운전기사 등록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2018년 8월 영국 카디프를 시작으로 버밍엄, 리버풀 등지에서 영업 중이다.

한국 차량 공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다임러 모빌리티가 한국에 설립한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MBMK)는 지난해 말 장기 렌터카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1∼5년까지 연 단위로 벤츠 차량을 빌려주고, 추후 분 단위까지 모빌리티(이동 수단)를 제공하겠다는 게 MBMK의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더 이상 차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며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