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효과’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기생충’은 지난 주말 북미와 일본에서 105억원의 극장수입을 올렸다. 북미 매출은 550만달러(약 65억원)로 전 주말보다 234% 늘었다. 지난해 10월 개봉 이후 최대 규모로 누적 매출은 4400만달러(521억원)에 이른다. 일본에서는 3억7000만엔(약 40억원)의 수입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일본 내 누적 매출액은 24억9000만엔(약 268억원)으로 늘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흥행 성적이 급상승했다. 지난 주말 추가한 해외 흥행 수입은 1606만달러, 누적 수입은 1억6436만달러다. 이에 따라 ‘기생충’의 전 세계 티켓 판매 수입은 2억736만달러(약 2461억원)로 집계됐다. 순제작비 135억원의 18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런 추세라면 비영어 영화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와호장룡’(2000년 개봉)의 2억1300만 달러(약 2528억 원)를 가볍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기생충’의 미국 내 상영관은 지난 주말부터 2000여 개로 늘어났다.


수익은 극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 재관람 수요가 DVD나 스트리밍서비스 시장으로 확산된다. 미국 스트리밍서비스 판당고나우에 따르면 ‘기생충’은 이 플랫폼에서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을 계기로 사전예약 비디오 역대 4위 기록을 세웠다. 이런 파생상품 시장까지 합치면 ‘기생충’의 매출 규모는 훨씬 커진다. 국내에서는 지난 10일 재개봉에 이어 오는 26일 흑백판이 개봉된다.

영화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도 ‘아카데미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 발표 직후 3일(11~13일) 동안 농심의 너구리 판매량은 126.4% 증가했고, 짜파게티 판매량은 41.2% 늘었다. 단일 라면 판매량으로 보면 신라면이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판매량을 합치면 신라면보다 많았다.

소비자 관심도에서도 확인할 수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17일 발표한 소비자 관심도 조사 결과 너구리는 지난 1월 5위(8.54%)에서 2월 3위(14.46%)로 뛰어올랐다. 아카데미상 수상 직후 1주일간 너구리의 소비자 정보량(7694건)은 지난달 주간 평균보다 네 배 증가했다.

아카데미상 발표 직전 23만2500원이었던 농심의 주가는 26만원(17일 종가)으로 11.8% 상승했다. ‘기생충’의 투자배급사인 CJ ENM의 실적도 좋아졌다. CJ ENM의 연결기준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5% 늘어난 3조7897억원, 영업이익은 9.5% 증가한 2694억원에 달했다. 영화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63.8% 증가한 349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436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카데미 작품상의 상금은 없다. 고작 400달러(약 48만원) 상당의 오스카 트로피가 주어질 뿐이다. 그러나 무형의 부상은 엄청나다. 이른바 ‘오스카 범프(Oscar bump·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인한 특수)라는 경제 효과가 뒤따른다. 업계에서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이 전체 한국 영화의 수출 가격을 20~30%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문화산업과 관광,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매출 규모가 비교적 작은 서점가에도 벌써 ‘아카데미 효과’가 반짝이고 있다.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북 세트’가 시상식 직후 하루 동안 예스24에서만 1110권이 팔렸을 정도다. ‘잘 키운 문화 콘텐츠 하나가 열 산업 먹여 살린다’는 말이 실감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