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 전쟁" 한목소리
성장률 둔화·美-이란충돌 불구
기준금리 동결할 지 주목

8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부동산금융은 2003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금융은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 및 부동산 금융보증과 기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동산 금융투자상품 금액을 합친 개념이다.

문 대통령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를 전날 신년사에서 여실히 드러냈다. 경제수장들도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이 총재는 2020년 신년사에서 “저금리 여건이 부동산이나 위험자산에 대한 자금 쏠림으로 이어져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자금이 실물경제보다 부동산으로 흘러가면서 경제의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전날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는 “투자은행 자금의 부동산 시장 쏠림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실장은 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은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며 “필요하면 모든 정책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센 정책도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면 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커지는 동결 가능성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증가율이 0%대를 이어가는 데다 경제성장률도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4월 20일 이전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 발언에 이어 김 실장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자 동결론이 재차 힘을 받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 중 상위권에 진입했다”며 “금융안정 목소리가 커지면서 올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변수가 부각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에 더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는 전문가도 늘고 있다. 김진명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불거진 대외 불확실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부동산 돈줄을 조이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와는 다르게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