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들이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한경DB
실업자들이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한경DB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그냥 쉬는’ 인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보다 15만8000명 늘어난 1633만명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9년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가 넘었고 취업할 능력이 있지만 생산 활동을 포기한 사람을 뜻한다. 전업주부, 연로자, 취업준비생, 진학 준비자, 구직 포기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취업과 구직 등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15세 이상 인구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가사나 학업 등 특별한 이유 없이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는 217만 3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달(182만4000명)보다 30만명 넘게 늘어 통계 작성 이후 동월 기준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구직 포기자가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3%로 역대 가장 높았다.

‘쉬었음’인구가 급증한 건 얼어붙은 고용 시장에 절망해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쉬었다고 답한 이유는 △몸이 좋지 않아서(41.7%), △원하는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서(16.9%) △퇴사 및 정년퇴직 후 계속 쉬고 있음(16.3%) 순이었다. 하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해 보면 △다음 일 준비를 쉬고 있음 (1.6%포인트 증가) △직장의 휴업·폐업으로 쉬고있음 (0.7%포인트 증가) △일자리가 없어서 (0.4%포인트 증가) 등 ‘고용 한파’와 관련된 응답이 크게 증가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건 구직활동을 해봤자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해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며 “정부는 ‘실업률이 역대 최저’라고 자랑하지만 통계 이면을 보면 고용 시장의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