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 잘 알려진 우리나라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30여년 만에 특정됐다. 용의자는 또 다른 성폭행과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56살 남성 이모씨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브리핑을 열고 현재 다른 범죄로 수감 중인 이 씨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한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이 용의자는 1차 조사에서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는 2006년 4월 2일이었지만 경찰은 진실규명을 위해 수사기록과 증거물을 보관하며 국내외 제보들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해왔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몽타주 / 사진=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몽타주 /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DNA 분석기술 발달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재감정해 DNA 검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착안해 해당 사건의 현장 증거물 일부를 지난 7월 15일 국과수에 DNA 감정의뢰 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 감정결과 현재까지 3건의 현장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수사 중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향후 경찰은 경기남부경찰청 2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하고 미제사건수사팀,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등 57명으로 수사본부를 편성하고 국과수와 협조하에 용의자와 화성연쇄살인 사건과의 관련성을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특정 /사진=연합뉴스
경찰,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특정 /사진=연합뉴스
한편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장기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아 배우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아온 사건이다.

'살인이 추억' 개봉 10주년 기념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범인의 심리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1986년 1차 사건으로 보았을 때 범행 가능 연령은 1971년 이전에 태어난 남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이어서 동원된 경찰 연인원만 205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고, 수사대상자 2만1280명과지문대조 4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진범을 가리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왔지만 수사는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영상=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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