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이 강한 럭셔리 호텔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2017년 철수한 메리어트 계열의 W, 신세계가 작년 7월 선보인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 등이 그런 사례다. W는 젊은 감각의 ‘파티 호텔’ 느낌을 살렸으나 수요가 적었다. 레스케이프는 고풍스러운 유럽 디자인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을 강조한 또 하나의 럭셔리 호텔이 지난 6일 문을 열었다. 글로벌 호텔 체인 하얏트의 안다즈 서울 강남. 안다즈는 하얏트에 21개밖에 없는 ‘실험적 브랜드’다. 후안 메르카단테 안다즈 서울 강남 총지배인은 “럭셔리 호텔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안다즈는 비싼 호텔이다. 가격만 보면 하얏트의 최고급 브랜드 파크 하얏트 수준이다.

디자인은 호화스럽지 않은 게 특징이다. 장식을 최소화했고, 안락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안다즈 관계자는 “한국의 조각보, 보자기 등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안다즈의 디자인 철학이 녹아 있다. 바로 ‘지역 중심의 디자인’이다. 세계 어느 호텔에 가도 전부 다르다. 안다즈 서울 강남 로비와 객실에 들어서면 ‘한국적 느낌’이 난다. 한국의 청자, 놋쇠 등의 색을 기본으로 썼다. 서랍 손잡이 등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식당 설계와 기가지니

2층 식당가 ‘조각보’는 서울 압구정동의 맛집 거리를 재현했다. 다섯 개의 매장이 있는 조각보는 각 매장을 분리하지 않고 통로로 연결시켰다. 한식당, 중식당 등으로 분리한 여느 호텔과 다르다.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호호당의 보자기 수업, 설화수 플래그십 매장과 연계한 K뷰티 체험 등이다. 인근 현대백화점, 신세계면세점 등과 연계한 쇼핑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전 객실에 KT의 인공지능(AI) 시스템 ‘기가지니’를 비치했다. 음성과 터치스크린으로 조명, 냉난방, TV, 음악 등을 제어할 수 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가 가능하다.

강남 한복판 입지는 강점

안다즈는 타깃이 분명하다. 남과 다른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사업상 머물든, 여행으로 놀러오든 호텔에서만 있어도 강남을 느끼게 하겠다”는 목표다. 또 해외 명품 브랜드나 고급 자동차 회사들이 행사장으로도 많이 활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스위트룸 일부에 야외 정원을 둔 것도 기업 행사를 감안한 것이다.

입지는 강점이다. 서울 럭셔리 호텔은 대부분 강북에 있다. 포시즌스는 광화문, 콘래드는 여의도, 레스케이프는 명동에 있다. 그나마 비교 가능한 곳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있는 JW메리어트다. 하지만 JW메리어트와는 콘셉트가 완전 다르다. 럭셔리 호텔 수요가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야외수영장을 갖추지 못했고, 각종 제한 등으로 호텔을 고층으로 짓지 못한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