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늘린 노인 일자리 64만개…대부분이 '月 27만원 허드렛일'
세금으로 만든 '알바 천국'
(上) 고용지표 왜곡하는 노인 일자리
(上) 고용지표 왜곡하는 노인 일자리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만든 직접 일자리의 대다수는 K씨와 같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3만5000개로 출발한 것이 올해는 64만 개에 이른다. 현 정부는 2021년 80만 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중 70~75%는 하루 2~3시간을 일하고 월 27만원을 받는 ‘공익활동형’이다. 교통안전지킴이, 경로당 중식 및 청소도우미, 공공자전거 대여소 관리 등의 일이다. 공공기관에 입점한 카페에서 일하거나 아파트택배 등의 ‘시장형’은 좀 더 수입이 많지만 월 70만원 이상을 받기 힘들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민간 부문에서 일을 구하기 힘들어진 노인들이 노인일자리로 대거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한 사회복지사는 “노인분들이 주로 일하던 경비와 청소, 주차관리 등은 최저임금 상승 이후 가능하면 젊은 사람을 쓰려 한다”며 “‘노인일자리가 많아졌다는데 왜 나는 취업이 안 되느냐’고 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고용안전망 확충사업 분석’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노인 중 68.7%가 민간 부문에 취업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인일자리 중 민간 분야 비중은 2016년 23%에서 지난해 16%로 감소했다.
정부가 제시한 할당 목표에 맞추는 식으로 사업이 이뤄지다 보니 현장에서는 갖가지 아우성이 나온다. 서울 중랑구의 한 사회복지사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디든 보내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감독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노인 도우미, 장애인 도우미 등의 항목이 생겼지만 실제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서로 말을 맞추고 활동하지 않고 돈만 타가는 사례도 많다”는 전언이다.
“80만 개까지 늘린다는데…”
노인일자리가 2016년 43만 개에서 3년 새 21만 개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노인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송파노인복지관은 할당된 노인일자리 중 17개가 비어 있다. 송파노인복지관 관계자는 “2017년부터 매년 20% 할당량이 늘어나면서 올해부터 빈자리가 생겼다”며 “내년에도 늘어날 텐데 어떻게 채울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2021년까지 노인일자리를 80만 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노인일자리 80만 개’를 내세운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목표치가 80만 개가 돼야 할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노인일자리 목표치의 이론적 근거를 지금 만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연간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노인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대전제만 있을 뿐 목표와 실행 방식의 근거는 갖추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내실화에 신경쓸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인일자리 규모만 신경 쓸 게 아니라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전달체계에도 투자가 필요한 때”라며 “일자리 발굴과 알선을 일선 복지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민간 기업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