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매체 보도…"우기 예년보다 2달 늦어…하류 수위 역대 최저"
"'동남아 젖줄' 메콩강이 죽어간다…가뭄에 중국 댐도 영향"
메콩강은 중국의 고원지대에서 발원해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까지 총연장 4천400㎞에 흐르는 동남아시아의 '젖줄'이다.

주변 지역 주민 7천만명은 메콩강 덕에 논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메콩강 유역은 연간 1억t에 이르는 쌀을 생산해, 주변 지역까지 먹여 살린다.

이러한 생명의 원천인 메콩강이 최근 급격히 말라붙으며 유역 주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영국 매체 더타임스가 11일(런던 현지시간) 보도했다.

메콩강 하류 국가 태국의 메콩강 수위는 약 9m나 줄어들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곳곳에서 어선들이 물이 빠진 뒤 드러난 강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태국과 라오스 국경지대의 메콩강도 그 폭이 현저히 좁아졌다.

끝없이 논이 펼쳐져 있던 곳은 가축들이 풀을 뜯는 황갈색 벌판으로 변했다.

메콩강 수위 저하에 따른 물 부족으로 태국에서만 논 1만6천㎢가 피해를 봤다.

서울의 약 28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라오스에서 논 피해 면적은 8천㎢로 집계됐다.

"'동남아 젖줄' 메콩강이 죽어간다…가뭄에 중국 댐도 영향"
급격한 수위 저하는 우선 엘니뇨 현상으로 강우량이 급감한 탓이다.

이 지역에서 올해 우기는 평년보다 두 달이나 늦게 시작했다.

태국 기상 당국은 올해 우기의 강수량이 10년 만에 가장 적으리라고 전망했다.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건 상류, 특히 중국에 무분별하게 건설된 초대형 댐이다.

중국은 메콩강, 즉 란창(瀾滄)강을 공유 하천이 아니라 자국 하천으로 여기며 하류 국가를 개의치 않고 곳곳에 초대형 댐을 건설했다.

지금까지 메콩강 상류에 건설된 댐은 1천750㎿급 징훙(景洪)댐을 비롯해 10여개나 된다.

중국은 올해 강우 감소로 저수량이 줄자 방류량을 크게 줄였고, 마찬가지로 가뭄을 겪는 하류 국가에서는 아예 강바닥이 말라버리게 된 것이다.

또 효율적인 수상 수송을 위해 강의 굽이를 없애고 일직선으로 '정비'하는 데 적극적이다.

하천 직선 정비는 강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파괴해 내수면 어업에 큰 피해를 초래한다는 게 생태학자들의 우려다.

"'동남아 젖줄' 메콩강이 죽어간다…가뭄에 중국 댐도 영향"
중국의 메콩강 '전횡'은 국제문제로 부상했다.

이달 초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ASEAN)·미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중국의 메콩강 상류 댐 건설과 수위 통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메콩강 상류의 중국 댐이 인근 국가 주민의 삶에 필수적인 강 수위를 최저 수준으로 낮춘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며 하류 국가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국제 환경기구 '국제하천'(International rivers)의 태국 대표는 "최근 몇주 새 일어난 수위 저하는 댐의 파괴적 결과를 보여준다"면서 "이제 메콩강 하류 국가들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강의 혜택을 보존하기 위해 아세안 등 협력국과 연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