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촬영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2014년 조성 이후 5년 만에 인구 3만1000여 명의 자급 도시로 성장했다.  나주시 제공
하늘에서 촬영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2014년 조성 이후 5년 만에 인구 3만1000여 명의 자급 도시로 성장했다. 나주시 제공
전남 나주(羅州)시는 영산강의 풍부한 수량과 드넓은 나주평야를 기반 삼아 1000년 이상 호남의 행정 및 경제 중심 역할을 해왔다. 고구려 백제 신라와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가진 마한 54국의 중심에 나주가 있었다. 고려 건국의 어머니 역할을 한 곳도 나주다. 왕건은 신라시대 금성(錦城)으로 불린 지명을 나주로 바꿨다. 왕건을 이어 왕위를 받은 혜종의 출생지로, 고려 왕실의 어향(御鄕)으로도 불렀다. 전라도(全羅道)는 고려 현종(1018년) 때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따 지은 이름이다. 2018년은 전라도라는 이름이 생겨난 지 1000년이 되는 해였다.

나주시는 1895년 단발령에 항의하는 의병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지금의 전남도청 격인 나주관찰부를 광주에 뺏기면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27만 명에 달했던 인구수는 한때 8만여 명 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찬란한 역사를 뒤로하고 쇠퇴했던 나주시는 2014년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를 품에 안으면서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16개 공공기관이 나주시 금천면에 둥지를 튼 뒤 ‘농도 나주’는 에너지 신산업 선도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2000년의 역사·문화를 자랑하는 원도심과 에너지밸리가 공존하는 신(新)도농복합도시로 새 역사를 쓰고 있다”며 “지난해 전라도 정명(定名) 1000년의 역사를 맞은 나주시는 새 천년 비전인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산업 거점 도시로 육성

나주시는 한전과 에너지밸리를 중심으로 산·학·연 생태계 협력기반을 구축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에 참여해 나주를 글로벌 에너지산업 거점 도시로 육성하고 있다. 에너지밸리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및 인근 지역에 에너지신산업 위주 기업과 연구소 등을 유치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인프라 조성 등이 대표 사업이다.

시는 2025년까지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를 목표로 에너지밸리, 에너지시티, 에너지교육, 에너지복지 등 4대 분야 12대 전략을 세웠다. 38개 사업에 2조258억원을 투입한다. 시는 올해만 9298억원 규모, 25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에너지밸리 기업개발원 건립 등 7개 사업(573억원)을 완료했다.

에너지 관련 기업 유치도 활발하다. 시는 2015년 1월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 협약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500개 기업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지난 6월까지 396개 기업(투자 1조619억원·고용 9580명)을 유치했고 이 중 198개 에너지 관련 기업의 투자를 실현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에너지밸리 인력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전문인력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목표는 430개다. 시는 전라남도와 함께 에너지밸리 투자협약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협의체도 구성했다. 금융인력 지원을 비롯해 기업컨설팅, 해외 판로 확보 등 패키지 지원으로 스타 기업 육성을 맡는다.

전기차 도시 및 에너지 교육 기반 조성

시는 전기자동차 기반시설 확대 및 구축을 주 내용으로 하는 ‘에너지시티’ 사업에 709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기차 보급을 비롯해 재생에너지(250㎿ 설비), 에너지 자립률 25% 달성 등이 목표다. 주요 사업은 전기차 보급(충전기 설치), 재생에너지 발전, 혁신도시 오픈랩 조성, 나주 빛가람 에너지재단 설립 등이다. 우선 2025년까지 전기차 300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시는 올해 전기버스 4대를 포함해 406대의 전기차를 공공·민간용으로 보급했다.

‘에너지교육’에도 5384억원(6개 사업)을 들인다. 에너지교육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 융복합 교육 활성화 전략을 통해 나주를 미래 인재 육성의 메카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에너지밸리 산학융합지구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목포대, 전남도립대 4개 학과 346명의 학생과 40개 기업이 이전·입주하는 에너지밸리 산학융합지구는 연구관동과 캠퍼스동 준공을 마치고 다음달 개교를 앞두고 있다.

지역민의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해 태양광, 태양열 보급을 지원하는 ‘에너지복지’에도 1176억원을 투입한다. 에너지 자립마을 60개, 에너지 자립주택 5000가구, 에너지 커뮤니티 60개 조성을 목표로 4개 사업(666억원)을 추진 중이다. 주력 사업은 원도심 지중화 특화거리 조성이다. 시는 2021년까지 250억원을 들여 원도심 남부·중부권, 남평읍 등 12개 구역 16.7㎞ 구간 지중화 사업을 추진한다.

에너지 특화 대학 한전공대 2022년 개교

에너지 특화 클러스터 대학을 지향하는 한국전력공과대는 2022년 3월 개교가 목표다. 올초 광주광역시와의 유치전 끝에 빛가람혁신도시 유치에 성공했다. 5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계 수준의 에너지 분야 인재 양성, 대형 랜드마크 연구시설 설립,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 등 에너지밸리 핵심 거점 역할 수행에 나선다. 학생은 1000명, 교수진은 100명 규모로 잡았다. 학생은 대학원 60%, 학부 40%로 구성하기로 했다. 학생 전원의 입학금과 등록금을 면제해주는 등 파격적인 학업 및 진로 지원으로 국내 최우수 연구 창업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전라남도와 나주시가 대학발전기금으로 한전공대가 개교하는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1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지원하는 이행협약도 체결했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 비전을 선포한 강 시장은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 건립은 11만 나주시민 모두의 염원이자 우리 후대에 물려줄 위대한 유산”이라며 “2025년 나주가 국가 발전을 선도하는 글로벌 에너지산업의 메카가 되도록 에너지 정책 추진,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