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경제 갈등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일본 쓰레기를 집중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재활용 쓰레기 중 하나인 폐플라스틱 얘기입니다.

환경단체인 자원순환연대는 어제 “우리나라 폐플라스틱도 갈 곳이 없어 남아도는 상황에서 일본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대량 수입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일본 쓰레기를 막을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폐플라스틱이 쌓이면서 쓰레기 산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폐플라스틱 처리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오염도 일으킨다는 겁니다.
국내 재활용 쓰레기도 제때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본에서 매년 엄청난 양의 폐플라스틱 및 폐기물을 수입하고 있다. / 사진=한경DB
국내 재활용 쓰레기도 제때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본에서 매년 엄청난 양의 폐플라스틱 및 폐기물을 수입하고 있다. / 사진=한경DB
이 단체가 일본산 쓰레기에 주목한 건 유승희 의원이 최근 공개했던 자료 때문입니다. 관세청의 폐기물 수출입 현황을 보면, 지난 10년간 총 2062만톤의 폐기물이 국내로 유입됐는데 이 중 1287만톤이 일본산이었지요. 전체 (재활용) 쓰레기의 62.4%가 일본에서 들어온 겁니다.

특히 일본산 폐플라스틱은 최근들어 급증세입니다. 합성 섬유나 보도블록, 배관 등으로 가공할 수 있는 폐플라스틱은 2017년 일본에서 3만93톤 들어왔는데, 작년엔 6만4464톤으로 늘었습니다. 수입량이 1년 만에 2.14배 뛴 겁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3만5215톤의 폐플라스틱이 일본에서 수입됐습니다.

일본산 폐플라스틱 유입이 급증하는 건 서로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일본산 폐플라스틱의 경우 재활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데다, 양국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 비용도 적게 든다는 겁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본에선 플라스틱 분리 수거가 잘 되고 있어 재활용이 쉽다. 예컨대 페트병만 해도 색깔과 재질 별로 다 분리돼 있는데, 한국에선 그렇지 못해 가공 비용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지만 국내 폐플라스틱도 가공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돈을 주고 일본인들이 쓰고 버린 쓰레기까지 수입하는 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재활용 쓰레기 가공 산업이 발달한 중국마저 작년에 폐기물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요. 중국의 수입금지 이후 일본 등 선진국 폐기물은 빠른 속도로 국내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국제사회는 쓰레기의 국가 간 이동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활용’ 목적이라도 쓰레기를 타국에 보내는 건 윤리적이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폐기물 수출 때 수입국의 사전동의절차(PIC)를 구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올 5월엔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규제’ 물질에 폐플라스틱을 포함(바젤 협약)했구요.

우리나라는 ‘일본산 쓰레기’ 관리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이사장은 “일본에선 갈 곳 없는 대표적인 쓰레기인 석탄재 폐기물만 해도 (우리나라에) 돈을 조금 얹어주면서 엄청난 양을 보내고 있다”며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환경부가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