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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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국내 경기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바이오주(株)가 부진해서다. 빚을 내 산 주식(신용거래융자 잔액)의 반대매매, 즉 '매물 폭탄'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 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25.81포인트(4.00%) 급락한 618.78에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최저점을 경신했고 2017년 4월 14일 종가인 618.24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 시장의 부진 배경으로는 먼저 국내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경기 순환주기(사이클)은 일정한 하강 국면 이후 상승 전환하기 마련인데 이번 경기 하락은 기존 경기 경로를 벗어나 상승 반전할 시기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코스닥 시장의 핵심주인 바이오주가 부진하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허가 취소, 한미약품의 1조원대 기술 수출 해지, 에이치엘비 '리보세라닙' 임상 지연 등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일 무역갈등 등으로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 경기의 회복시점이 멀어지는 등 경기 회복 우려가 커졌다"며 "바이오 업종에서 연이어 악재가 터지면서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은 점도 지수에 부담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높은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향후 주가가 상승할 것을 기대하고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코스닥 시장이 이달 들어서만 11.59%(71.75포인트) 하락하는 등 조정국면에 들어섰지만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5조원대로 높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연초 4조5489억원에서 지난 26일 5조3942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불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4조8066억원에서 4조5349억원으로 3000억원 가량 줄어든 것과 반대되는 양상이다.

지수 하락이 이어진다면 증권사가 주식을 임의로 일괄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다. 반대매매는 시장의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대비 신용거래융자 잔고 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코스닥 시장이 급락세를 연출하면서 반대매매로 인해 수급을 악화시키는 상황에 대해 경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정훈석 연구원은 "코스닥 급락 배경이 일부라도 해소되지 않는 한 유보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지수가 3개월 연속 약세인 점, 월간 10% 조정에서 추가적인 하락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600선 초반은 중기적인 분할매수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