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 수급 문제를 두고 기업과 대학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지만 대학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정부의 케케묵은 규제 탓에 대학별로 입학 정원을 조정하는 길이 막혀 있어서다.

교육부 공무원은 늘리면서 서울대 컴공과 정원은 묶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입학 정원은 15년째 55명으로 고정돼 있다. 최근 몇 년 새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가 늘어난 데다 ‘코딩 열풍’이 불면서 컴퓨터공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정원은 요지부동이다. 20년 전(90명)과 비교하면 정원이 되레 줄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2008년 141명이던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739명으로 다섯 배 이상 늘린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서울대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통해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려는 학생이 늘어나자 정원은 그대로 둔 채 올해 1학기부터 본 전공이 아닌 학생들의 수강신청을 제한하기까지 했다.

서울대가 늘어나는 학생 수요에도 입학 정원을 십수 년째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수도권법) 때문이다. 37년 전 생긴 이 법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는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제정됐다. 학교 등 ‘인구집중 유발시설’을 신설 또는 증설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에 있는 주요 대학은 이 규제 때문에 총 정원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교육부 정원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599명이던 정원은 올해 630명으로 늘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인공지능(AI) 인재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만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 정부 규제로 입학 정원을 못 늘려 전문 인력을 충분히 키워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