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킴리아 뛰어넘는 차세대 항암 CAR-T 치료제 개발...내년 본격 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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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수 큐로셀 대표
기존 CAR-T 치료제 단점 보완할 기술 확보
약효 지속 시간 늘리고 고형암에도 효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우선 개발
내년 국내서 임상 1,2상 동시 진행 계획
교모세포종 등 고형암으로 적응증 늘릴 것
2021년 코스닥 상장 계획
기존 CAR-T 치료제 단점 보완할 기술 확보
약효 지속 시간 늘리고 고형암에도 효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우선 개발
내년 국내서 임상 1,2상 동시 진행 계획
교모세포종 등 고형암으로 적응증 늘릴 것
2021년 코스닥 상장 계획
“혈액암뿐 아니라 일반 고형암 환자도 낫게하는 차세대 세포치료제로 다국적제약사들이 주도하는 세계 항암제 시장 판도를 바꿔놓겠습니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44)의 포부다. 대전에 본사가 있는 설립 3년차 바이오벤처 큐로셀은 CAR-T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냈다. CAR-T 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항암제다. 미국 등에서 출시된 노바티스 ‘킴리아’, 길리어드 ‘예스카르타’는 완치율이 높아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큐로셀은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혈액암 치료에 국한돼 있는데다 신경독성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기존 CAR-T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할 기술을 확보했다”며 “많은 암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전체 연구로 첫 직장생활
연세대 생명공학과를 나온 김 대표는 2000년 한화케미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퇴행성 뇌질환 유전자를 발굴하고 그 기능을 밝히는 연구작업에 참여했다. 휴먼 지놈 프로젝트 붐이 일었던 당시에는 사람 유전자 중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찾아 특허를 내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한화케미칼이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미국 연구팀 등이 인간 게놈지도를 공개하면서다. 게놈 해독만으로는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에 한화케미칼은 결국 사업을 접었다.
김 대표는 2004년 LG생명과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엔 당뇨 연구를 했다. 입사 2년이 지나면서 김 대표는 연구가 아닌 다른 업무로 경험을 쌓아갔다. 오픈이노베이션팀에 소속돼 외부 연구자, 기업 등과 협업할 일을 찾기도 했다. R&D전략기획팀에서는 연구개발 전략, 예산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익산 오송 온산 등에 있는 공장 시설 관리 업무도 했다. 김 대표는 “LG생명과학에 근무한 11년 동안 연구 기획 생산 등 바이오사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력을 쌓은 것이 창업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세포치료제에 눈뜨다
김 대표가 창업을 꿈꾸게 된 것은 차바이오텍에 근무하면서다. 줄기세포 면역세포 등을 기반으로 하는 세포치료제에 눈을 뜬 게 계기가 됐다. 미국 바이오기업 쏘렌토와 항암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합작사 설립 추진팀에 합류하면서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다. “합작사 설립이 끝내 무산됐지만 면역세포 분야를 새롭게 알게 되면서 큰 매력을 느꼈어요. 이 때부터 관심을 갖고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죠.”
김 대표는 창업에 앞서 세포치료제 연구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찾아다녔다. 그때 공동창업자인 김찬혁 KAIST 교수와 심현보 이화여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등에서 신개념 세포치료제 연구를 해온 김 교수가 부임하자마자 무작정 학교로 찾아갔다. 처음엔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김 교수는 카메라에 렌즈를 갈아끼우듯 다양한 항체와 결합할 수 있는 CAR-T 연구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항체 전문가인 심 교수와의 인연도 다르지 않았다. 심 교수는 국내에 항체 전문 바이오기업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었지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터였다. 하지만 CAR-T에 항체를 접목해보자는 김 대표의 제안에 끌려 한 배를 탔다.
CAR-T 치료제 한계에 도전
CAR-T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가진 T세포다.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를 배양한 뒤 유전자를 조작해 암 공격력이 뛰어나다. 암 세포를 인식하는 수용체의 양을 늘려 공격력이 강화된데다 암 세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일종의 돌연변이 T세포다. 혈액암 등에서는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 B형백혈병에 킴리아를 쓰면 10명 중 8명이 완치된다.
이 때문에 CAR-T 개발업체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길리어드는 지난해 8월 카이트파마를 13조4000억원에 인수했고 셀젠은 지난 1월 쥬노테라퓨틱스를 9조7000억원에 사들였다. 기술 라이센스 계약금 규모도 만만치 않다. 존슨앤존슨은 지난해 12월 계약금 3780억원에 중국 난징레전드바이오텍의 CAR-T 후보물질을 사들였다.
하지만 CAR-T 치료제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4억~5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치료비가 대표적이다. 모든 공정이 환자 한명 한명에게 맞춤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상인이 아닌 환자의 T세포를 추출해 유전자 조작 공정을 거치다보니 수율 등이 떨어지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런 이유로 여전히 상당수 환자에게는 CAR-T 치료제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혈액암 등 일부 암에만 효과가 있는 것도 약점이다. 림프종 환자의 완치율은 30%대로 낮다. 신경독성, 싸이토카인 등 부작용도 풀어야 할 과제다.
큐로셀은 기존 CAR-T 치료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풀 열쇠를 항체에서 찾아냈다. 김 대표는 “혈액암 등 일부 암에만 통하는 CAR-T 치료제를 고형암 등에 쓸 수 있는 항체 기술을 확보했다”며 “항체부터 직접 발굴하는 CAR-T 치료제 개발업체가 미국에도 없을 만큼 여느 바이오기업과는 차별화된다”고 했다.
약효 지속시간을 늘리는 기술을 보유한 것도 큐로셀의 또다른 경쟁력이다. 몸 속 면역계를 지키는 T세포는 시간이 지나면 늙어간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처럼 T세포 표면에 생겨나 기능을 조절해주는 물질에 이상이 생긴다. 지친 T세포에 달라붙은 암세포가 브레이크를 누르면 암세포를 죽이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암세포가 암덩어리로 자라날 수 있다.
큐로셀은 여기서 해법을 찾았다. T세포 표면의 브레이크를 없애는 방식을 통해서다. 김 대표는 “다양한 브레이크 가운데 대표적인 2종의 브레이크를 없애는 기술을 찾았다”며 “브레이크를 없애면 T세포를 젊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어 암세포가 자라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쥐에 인공 T세포를 넣어 실험했더니 67일 이상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킴리아보다 지속 시간이 2배 이상 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발이지만 속도전으로 승부”
CAR-T 치료제 개발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CAR-T 치료제 임상은 150여건에 이른다. 중국에서는 180건이 넘는다. GC녹십자셀 유틸렉스 등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CAR-T 치료제 임상에 나설 채비다. 맞춤형 항암제인 CAR-T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큐로셀도 내년 임상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국내에서 먼저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등 해외 임상은 국내 임상 결과를 봐가며 추진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내년 중순께 국내 임상 허가 신청을 할 것”이라며 “국내서 고형암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곧바로 미국 임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임상 기간도 다른 항암제보다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킴리아에 이어 두번째 CAR-T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예스카르타가 임상부터 허가까지 걸린 시간이 3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는 “혈액암이 아닌 고형암도 3~6개월이면 효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상을 시작하면 판매허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큐로셀은 우선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할 예정이다. 이 질환으로 고통을 겪는 국내 환자수는 한해 4400명이다. CAR-T가 말기 환자에게 주로 쓰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1500명의 환자가 대상이다. 김 대표는 “말기 환자의 5~10%가 CAR-T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DLBCL 적응증만으로 연간 150억~28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큐로셀은 DLBCL뿐 아니라 다발성골수종 교모세포종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뇌종양의 일종으로 발견 후 6개월 내 사망하는 교모세포종은 파멥신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할”
큐로셀은 생산시설 구축도 준비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내에 임상시험용 제조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이 병원 미래의학관 내에 500㎡ 규모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연제약과는 상업화 제품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 대표는 “국내 대표 병원에 제조시설을 갖추게 된 만큼 임상 성과가 기대된다”며 “삼성서울병원도 국내 CAR-T 치료를 선도하는 병원으로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상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 교수인 박재홍 교수를 임상자문으로 영입했다. 예스카르타 등의 미국 임상 경험을 갖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김 대표는 “제품화 연구의 진척도는 현재 90% 수준”이라며 “공정, 제품화, 임상 연구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문가들로 개발진이 갖춰져 있어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큐로셀은 공동창업자들이 철저하게 분업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초연구는 김 교수와 심 교수가 맡고 회사 경영 전반은 김 대표가 총괄한다. 김 교수와 심 교수 등 공동창업자, 사내 연구원들, 자문교수 등 개발파트가 한 방향으로 가도록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도 한다. 그는 “전문 분야는 과감히 위임해 분업화하는 방식으로 조직원들이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큐로셀은 2021년께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 등 해외 임상에 나설 시점에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김건수 큐로셀 대표(44)의 포부다. 대전에 본사가 있는 설립 3년차 바이오벤처 큐로셀은 CAR-T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냈다. CAR-T 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항암제다. 미국 등에서 출시된 노바티스 ‘킴리아’, 길리어드 ‘예스카르타’는 완치율이 높아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큐로셀은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혈액암 치료에 국한돼 있는데다 신경독성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기존 CAR-T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할 기술을 확보했다”며 “많은 암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전체 연구로 첫 직장생활
연세대 생명공학과를 나온 김 대표는 2000년 한화케미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퇴행성 뇌질환 유전자를 발굴하고 그 기능을 밝히는 연구작업에 참여했다. 휴먼 지놈 프로젝트 붐이 일었던 당시에는 사람 유전자 중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찾아 특허를 내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한화케미칼이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미국 연구팀 등이 인간 게놈지도를 공개하면서다. 게놈 해독만으로는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에 한화케미칼은 결국 사업을 접었다.
김 대표는 2004년 LG생명과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엔 당뇨 연구를 했다. 입사 2년이 지나면서 김 대표는 연구가 아닌 다른 업무로 경험을 쌓아갔다. 오픈이노베이션팀에 소속돼 외부 연구자, 기업 등과 협업할 일을 찾기도 했다. R&D전략기획팀에서는 연구개발 전략, 예산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익산 오송 온산 등에 있는 공장 시설 관리 업무도 했다. 김 대표는 “LG생명과학에 근무한 11년 동안 연구 기획 생산 등 바이오사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력을 쌓은 것이 창업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세포치료제에 눈뜨다
김 대표가 창업을 꿈꾸게 된 것은 차바이오텍에 근무하면서다. 줄기세포 면역세포 등을 기반으로 하는 세포치료제에 눈을 뜬 게 계기가 됐다. 미국 바이오기업 쏘렌토와 항암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합작사 설립 추진팀에 합류하면서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다. “합작사 설립이 끝내 무산됐지만 면역세포 분야를 새롭게 알게 되면서 큰 매력을 느꼈어요. 이 때부터 관심을 갖고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죠.”
김 대표는 창업에 앞서 세포치료제 연구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찾아다녔다. 그때 공동창업자인 김찬혁 KAIST 교수와 심현보 이화여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등에서 신개념 세포치료제 연구를 해온 김 교수가 부임하자마자 무작정 학교로 찾아갔다. 처음엔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김 교수는 카메라에 렌즈를 갈아끼우듯 다양한 항체와 결합할 수 있는 CAR-T 연구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항체 전문가인 심 교수와의 인연도 다르지 않았다. 심 교수는 국내에 항체 전문 바이오기업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었지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터였다. 하지만 CAR-T에 항체를 접목해보자는 김 대표의 제안에 끌려 한 배를 탔다.
CAR-T 치료제 한계에 도전
CAR-T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가진 T세포다.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를 배양한 뒤 유전자를 조작해 암 공격력이 뛰어나다. 암 세포를 인식하는 수용체의 양을 늘려 공격력이 강화된데다 암 세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일종의 돌연변이 T세포다. 혈액암 등에서는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 B형백혈병에 킴리아를 쓰면 10명 중 8명이 완치된다.
이 때문에 CAR-T 개발업체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길리어드는 지난해 8월 카이트파마를 13조4000억원에 인수했고 셀젠은 지난 1월 쥬노테라퓨틱스를 9조7000억원에 사들였다. 기술 라이센스 계약금 규모도 만만치 않다. 존슨앤존슨은 지난해 12월 계약금 3780억원에 중국 난징레전드바이오텍의 CAR-T 후보물질을 사들였다.
하지만 CAR-T 치료제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4억~5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치료비가 대표적이다. 모든 공정이 환자 한명 한명에게 맞춤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상인이 아닌 환자의 T세포를 추출해 유전자 조작 공정을 거치다보니 수율 등이 떨어지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런 이유로 여전히 상당수 환자에게는 CAR-T 치료제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혈액암 등 일부 암에만 효과가 있는 것도 약점이다. 림프종 환자의 완치율은 30%대로 낮다. 신경독성, 싸이토카인 등 부작용도 풀어야 할 과제다.
큐로셀은 기존 CAR-T 치료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풀 열쇠를 항체에서 찾아냈다. 김 대표는 “혈액암 등 일부 암에만 통하는 CAR-T 치료제를 고형암 등에 쓸 수 있는 항체 기술을 확보했다”며 “항체부터 직접 발굴하는 CAR-T 치료제 개발업체가 미국에도 없을 만큼 여느 바이오기업과는 차별화된다”고 했다.
약효 지속시간을 늘리는 기술을 보유한 것도 큐로셀의 또다른 경쟁력이다. 몸 속 면역계를 지키는 T세포는 시간이 지나면 늙어간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처럼 T세포 표면에 생겨나 기능을 조절해주는 물질에 이상이 생긴다. 지친 T세포에 달라붙은 암세포가 브레이크를 누르면 암세포를 죽이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암세포가 암덩어리로 자라날 수 있다.
큐로셀은 여기서 해법을 찾았다. T세포 표면의 브레이크를 없애는 방식을 통해서다. 김 대표는 “다양한 브레이크 가운데 대표적인 2종의 브레이크를 없애는 기술을 찾았다”며 “브레이크를 없애면 T세포를 젊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어 암세포가 자라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쥐에 인공 T세포를 넣어 실험했더니 67일 이상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킴리아보다 지속 시간이 2배 이상 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발이지만 속도전으로 승부”
CAR-T 치료제 개발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CAR-T 치료제 임상은 150여건에 이른다. 중국에서는 180건이 넘는다. GC녹십자셀 유틸렉스 등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CAR-T 치료제 임상에 나설 채비다. 맞춤형 항암제인 CAR-T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큐로셀도 내년 임상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국내에서 먼저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등 해외 임상은 국내 임상 결과를 봐가며 추진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내년 중순께 국내 임상 허가 신청을 할 것”이라며 “국내서 고형암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곧바로 미국 임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임상 기간도 다른 항암제보다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킴리아에 이어 두번째 CAR-T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예스카르타가 임상부터 허가까지 걸린 시간이 3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는 “혈액암이 아닌 고형암도 3~6개월이면 효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상을 시작하면 판매허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큐로셀은 우선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할 예정이다. 이 질환으로 고통을 겪는 국내 환자수는 한해 4400명이다. CAR-T가 말기 환자에게 주로 쓰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1500명의 환자가 대상이다. 김 대표는 “말기 환자의 5~10%가 CAR-T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DLBCL 적응증만으로 연간 150억~28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큐로셀은 DLBCL뿐 아니라 다발성골수종 교모세포종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뇌종양의 일종으로 발견 후 6개월 내 사망하는 교모세포종은 파멥신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할”
큐로셀은 생산시설 구축도 준비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내에 임상시험용 제조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이 병원 미래의학관 내에 500㎡ 규모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연제약과는 상업화 제품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 대표는 “국내 대표 병원에 제조시설을 갖추게 된 만큼 임상 성과가 기대된다”며 “삼성서울병원도 국내 CAR-T 치료를 선도하는 병원으로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상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 교수인 박재홍 교수를 임상자문으로 영입했다. 예스카르타 등의 미국 임상 경험을 갖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김 대표는 “제품화 연구의 진척도는 현재 90% 수준”이라며 “공정, 제품화, 임상 연구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문가들로 개발진이 갖춰져 있어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큐로셀은 공동창업자들이 철저하게 분업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초연구는 김 교수와 심 교수가 맡고 회사 경영 전반은 김 대표가 총괄한다. 김 교수와 심 교수 등 공동창업자, 사내 연구원들, 자문교수 등 개발파트가 한 방향으로 가도록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도 한다. 그는 “전문 분야는 과감히 위임해 분업화하는 방식으로 조직원들이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큐로셀은 2021년께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 등 해외 임상에 나설 시점에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