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히브리대 총장들
유대인들은 나라를 세우기 전에 대학부터 세웠다. 이스라엘 최고 명문인 히브리대를 건국 30년 전인 1918년에 설립했다.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동료 유대인 석학들과 함께 주춧돌을 놓았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지식재산권 등 모든 재산을 기증해 대학 발전을 이끌었다.

히브리대는 이스라엘을 세계적인 창업국가로 키운 원동력이 됐다. 이 대학 출신으로 10년째 총장을 맡고 있는 메나헴 벤사손은 “우리 대학의 힘은 탄탄한 기초과학 연구와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라는 ‘아인슈타인 유전자’에서 나온다”며 “기초학문 연구를 위해 캠퍼스를 여러 곳에 운영하고 있는데, 창의성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히브리대는 연구자들의 특허 등 창의적인 성과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학생들에게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기업에서 경험을 쌓게 한다. 이를 통해 대학과 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낸다. 교수의 강의는 15분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사업 시뮬레이션과 토론으로 현장 감각을 키운다.

이런 전통은 전임 총장들로부터 이어져온 히브리대의 교육 방식이다. 1964년에는 대학 안에 ‘이숨’(히브리어로 ‘실행’)이라는 기술 이전회사를 설립했다. 이 덕분에 1만여 개의 특허와 2800여 건의 발명, 900여 개의 라이선스와 176개 기업이 탄생했다. 2017년 인텔이 150억달러(약 17조원)에 인수한 자율주행차 핵심부품업체 ‘모빌아이’도 이솜의 작은 실험실에서 출발한 회사다.

이 대학 전 총장이자 아인슈타인 지식재산권 책임자인 하노흐 구트프로인트는 “캠퍼스의 창의력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기업과 만났을 때”라며 “우리의 교육이 ‘히브리대의 위대한 첫 총장’으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의 창의력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벤사손 총장이 방한해 창업진흥원과 협약을 맺고 대학생들의 창업·기업가 정신 함양을 돕기로 했다. 국내 대학들과 스타트업 지원 협약도 체결했다. 이제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캠퍼스 창업’이 확산돼야 할 때다.

히브리대를 벤치마킹한 중국 칭화대의 칭화홀딩스는 이미 샤오미, 바이두 등 정보기술(IT)기업의 산실이 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켄달스퀘어와 스탠퍼드대 혁신파크도 산·학·연 협력으로 첨단기술의 메카가 됐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