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을 찾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올초 금 투자 열기를 촉발한 것은 미·중 무역갈등 확산과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 가능성이었다. 여기에 수출·투자 감소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이 겹치고 최근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불거지면서 ‘금 사재기’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골드바(금괴)를 취급하는 시중은행(국민, KEB하나, 농협은행)의 상반기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90% 넘게 늘었다. 특히 상반기 판매량의 76%가 지난 5, 6월에 몰렸다. 5, 6월 두 달간 세 은행의 골드바 판매량은 245억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 판매량(49억원)의 5배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는 “5월부터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면서 금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물을 받지 않는 금 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거래액(금 현물 기준)은 하루평균 11억4788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루평균 거래액(8억6792만원)보다 32.2% 늘어났다. 거래소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값은 12일 g당 5만3440원으로 올 들어 16.2% 올랐다.

금 간접투자 상품인 금 투자 통장 수도 상반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통장은 금 실물을 사지 않더라도 계좌에 예금을 하면 금값과 연동되는 투자 상품이다. 신한, 국민, KEB하나은행의 금 투자 통장 계좌 수는 5월 20만4040개를 돌파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