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비리 사건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 윤 전 서장과 함께 골프를 치고 식사한 사실을 인정했다. 윤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으로부터 총선 출마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치 중립성 훼손 가능성을 제기하며 윤 후보자를 강하게 질타했다.

“윤우진과 골프 치고 식사도”

윤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날 연 인사청문회에서 수사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건의 당사자인 윤 전 서장과 접촉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등에서 윤 전 서장과 골프를 친 적이 있다”며 “서울 용산 캐피털호텔 일식당에서 식사한 기억도 있다”고 했다. 이어 “1년에 한두 번 윤 전 서장을 만나 식사한 것은 맞다”고 했다.

‘윤우진 사건’ 수사를 총괄했던 장우성 서울 성북경찰서장도 이날 증인으로 나왔다. 장 서장은 “뇌물 제공자가 4000만원을 스카이72에 예치해 놓고, 윤 전 서장이 검사들과 수시로 이용했다”며 “내연녀 명의로 수천만원을 입금시켰고, 통신비도 차명폰 2대를 쓰는 데 800만원을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윤 전 서장 차명폰에 대해 포렌식(디지털 증거 수집)한 결과 ‘윤 과장(윤 후보자 추정)이 소개한 변호사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윤 전 서장은 검찰 내에서 윤 후보자와 함께 ‘대윤(大尹), 소윤(小尹)’으로 불릴 정도로 막역한 사이인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그는 2013년 현금 2000만원과 갈비세트 100개, 4000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 몇 개국을 전전하다 체포돼 강제 송환됐는데 당시 검찰은 그를 무혐의 처분했다. 한국당은 당시 윤 후보자의 입김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윤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2015년 말 총선 출마 권유받아”

야당은 윤 후보자가 양 원장과 접촉한 사실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추궁했다. 윤 후보자는 “양 원장으로부터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말 민주당 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권유받았으며,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에도 두 차례 만났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정치에 소질이 없고, 정치할 생각이 없어 당시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부적절한 만남”이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도 “지난 6월 한국당은 양 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며 “곧 피의자가 될 사람을 몇 달 전에 만난 것이 적절한가”라고 따졌다. 이에 윤 후보자는 “출마 권유의 인연으로 서로 술을 좋아해 만난 것일 뿐 다른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윤 후보자는 ‘검찰총장이 될지도 모르니까 양 원장이 이런저런 사건을 잘해보라고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김 의원 추궁에는 별다른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변 검사 사건 이후 한 달 잠 설쳐”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윤 후보자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적폐 수사’로 옮겨붙었다.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한국당이 검찰에 고발한 104건 가운데 현재 4건만 처리했고, 100건은 수사하지 않고 처박아 놨다”며 “이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 결과인가”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도 “검찰이 한국당이 고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600만달러 수수 혐의에 대해선 새로운 증거가 없다며 재수사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수사는 곧바로 재수사에 들어가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장에서 윤 후보자가 수사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끊은 변창훈 검사 장례식장 화면을 틀어 윤 후보자를 곤혹스럽게 했다. 장 의원은 “윤 후보자는 ‘정치 보복 수사’의 중심에 있었다. 적폐수사라는 미명 아래 목숨을 잃은 자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 5명이 넘는다”며 “‘피 묻은 손’으로 일선 검사를 어떻게 지휘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자는 “변 검사 사건 때문에 한 달간 잠을 설쳤다”며 “수사 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 들어 검찰의 직접 수사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대폭 축소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후보자도 "장기적으로 검찰은 직접 수사 기능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자가 조직만을 위한 총장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기존 검찰의 마초적인 문화, 일사분란한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처리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동의했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에 대해선 “정당하지 않으면 따를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