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중국선박중공업(CSIC)의 합병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유기업인 두 회사가 합병하면 현재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을 앞서는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한다.

中 1·2위 조선사도 뭉친다…韓 조선업계 '긴장'
3일 업계에 따르면 CSSC와 CSIC는 지난 1일 상하이거래소에 기업결합 심사 서류를 제출했다. 중국 양쯔강을 경계로 CSSC는 남쪽, CSIC는 북쪽에 계열 조선소들을 운영하면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CSSC 소속 조선사의 수주 잔량 합계는 803만CGT(표준환산톤수), CSIC의 수주 잔량은 400만CGT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수주 잔량 1203만CGT로 현대중공업그룹(1030만CGT)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로 올라선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두 회사는 중소형 선박부터 LNG운반선·해양시추선 등 고부가 선박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고부가 선박 중심인 국내 조선사 통합보다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CSSC는 선박 건조에 강하고 CSIC는 설계 역량이 커 첨단 선박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이 수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합병 조선사가 전방위 저가 공세에 나서면 국내 조선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조선업계에선 8년간 4조원의 자금을 쏟아붓고도 파산 위기에 몰린 성동조선해양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조선업 개편의 첫 단추로 꼽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는 두 회사 노조의 반대에 막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 통과도 중대 과제로 꼽힌다. 한국조선해양은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고객사가 있는 주요 5개국에 심사를 요청했다. 각국 경쟁당국은 매출, 자산, 점유율 등의 기준으로 독점 가능성을 평가한다.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 이마바리조선소가 있는 일본, 세계 5위 핀칸티에리(이탈리아)가 있는 EU 등의 심사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 조선사 합병도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한국 조선사에 비해 자국 내 물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