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은 '뚝'↓·노무 리스크는 '쑥'↑…학교 급식 직영화의 그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학비연대)가 3일 파업에 돌입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 등이 속한 학비연대의 조합원은 9만5000여 명으로 전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66%를 차지한다. 학비연대는 이 중 5만 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영양사와 급식조리원, 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거 파업에 참여하면 일선 학교에는 큰 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아이들 급식 문제다. 2017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만5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을 때도 전국 1929개 초·중·고의 급식이 중단돼 빵과 우유로 대체했다. 올해는 파업 규모가 커지면서 급식 운영에 더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연이어 터지는 ‘급식 대란’의 근본 원인이 학교 급식의 직영화에 있다고 지적한다.

갈수록 목소리 커지는 교육공무직

학교 급식의 직영 운영을 원칙으로 하는 학교급식법은 2006년 개정됐다. 당시 수도권 지역 중·고등학교 46곳에서 연쇄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자 위탁 급식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국회에선 여론에 떠밀려 식중독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위탁운영 금지를 골자로 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자해 급식시설 개선비 등을 지원한 결과 2006년 84.6%이던 학교 급식 직영 비율은 올해 98.0%로 크게 높아졌다.

학교 급식을 원칙적으로 직영 운영하게 되면서 위탁업체라는 경쟁자가 없어진 급식 노동자들은 힘을 얻게 됐다. 이들이 포함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수도 2004년 6만~8만 명 수준에서 2012년 12만 명까지 늘어났다. 2011년 노조를 결성한 이들은 2014년 학교장이 아니라 시·도 교육감을 고용 주체로 인정받고, 2017년부터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과 단체교섭을 할 만큼 세를 키웠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공무직으로 불리는 학교 비정규직 직원은 수가 늘어나면서 학교 내 하나의 권력 집단으로 성장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기조와 맞물려 점점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은 '뚝'↓·노무 리스크는 '쑥'↑…학교 급식 직영화의 그늘
“위탁운영 허용해 시장경쟁 유도해야”

문제는 학교 급식의 직영화가 급식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급식 수준이 대기업 전문수탁업체와 비교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식자재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도 전문업체에서 대량으로 구매할 때와 비교해 소규모 지역 단위나 학교별로 구매할 때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노조의 처우 개선 요구에 따라 늘어난 인건비 부담도 급식 품질 개선을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선 학교에서도 급식을 직접 운영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학교장들은 ‘급식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급식 품질 관리는 물론 급식 노동자의 노무관리 역할까지 짊어지며 책임이 커져서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장 결재의 30~40%가 급식 관련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안전하게 밥을 먹이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교 급식의 품질은 떨어지고, 아이들 밥상을 볼모로 삼아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자 학교 급식의 위탁 운영을 폭넓게 허용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지난달 20일 성명을 내고 “직영 급식을 위탁 급식으로 전환하면 ‘급식 대란’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교 급식의 직영 운영을 원칙으로 하면서 노조 목소리는 커지고, 급식 품질은 떨어졌다”며 “위탁 운영을 허용해 시장의 경쟁을 자극하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