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레스케이프 호텔’
서울 ‘레스케이프 호텔’
호텔에 머물며 휴식을 즐기는 ‘호캉스(호텔+바캉스)’. 요즘은 호캉스로 인기를 끄는 호텔 중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 특히 각광받아 ‘찍캉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부족함 없는 호텔의 화려한 실내 인테리어는 20~30대 밀레니얼 세대, 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미 인스타그램에는 호텔 로비, 레스토랑, 객실 등 내부 시설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차고 넘친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홍보를 해주는 셈이다. 호텔들이 로비 입구 등을 생화로 꾸미고, 샹들리에 조명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이색적인 미술품이 즐비한 호텔까지 등장했다.

“인증샷 명소가 되자” 아낌없는 투자

서울 ‘레스케이프 호텔’
서울 ‘레스케이프 호텔’
규모는 작지만 독특하고 화려한 건축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부티크 호텔들이 찍캉스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대형 체인 호텔이 압도적인 시설과 서비스로 승부하는 것과는 달리 부티크 호텔은 개성을 내세운다.

서울 명동의 ‘레스케이프호텔’ 로비는 1층에 있지 않다. 고객을 처음 맞이하는 장소는 7층이다.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려한 크리스털 장식과 함께 분수 모양의 꽃이 고객을 맞이한다. 꽃이 안겨주는 로맨스, ‘플로맨스 인 파리(Flomance in Paris)’를 테마로 프랑스 파리 감성을 재현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7월, 올해 2월과 5월 시즌별로 꽃 디자인을 변경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레스케이프호텔을 해시태그(#)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현재 15만여 개를 넘는다. 화장실 손잡이 등 작은 부분에서도 레스케이프호텔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느낄 수 있다.

서울 라이즈 호텔은 4층까지 뚫린 천장이 인상적이다.
서울 라이즈 호텔은 4층까지 뚫린 천장이 인상적이다.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라이즈 오토 그래프 컬렉션 메리어트 호텔(라이즈 호텔)’은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젊은 방문객의 인증샷 성지가 됐다. 핑크색 바닥과 거친 회색 벽면이 주는 대비가 있는 1층은 투숙객이 사진을 찍는 주요 장소다. 1층부터 4층까지 뚫린 천정과 바닥 공간에 설치된 권경환 작가의 작품 사진도 자랑거리다. 3층 체크인 데스크 맞은편엔 다양한 잡지와 독립 서적이 아름답게 꽂혀 있어 이국적인 감성이 느껴진다. 가장 인기있는 포토제닉 객실은 박여주 작가와 함께 꾸민 아티스트 스위트룸이다. 네온 빛 불투명 글라스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직원이 동행하며 사진 찍어주기도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을 전시한 파라다이스시티호텔.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을 전시한 파라다이스시티호텔.
대형 호텔도 투숙객들이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적극 안내하고 있다.

인천 영종도의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는 로비 중앙에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작인 ‘노란 호박’이 서 있다. 이 호텔을 방문하면 누구나 처음 마주하는 조형물이다.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웅장한 크기에 시선이 쏠린다. 호텔의 상징으로 수많은 투숙객의 인증샷 배경으로 사용되고 있다. 호텔 전체에는 파라다이스시티 그룹이 수집한 미술품이 즐비하다.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 리조트 앞에 세워진 영국 2층 버스.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 리조트 앞에 세워진 영국 2층 버스.
강원 고성군에 있는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는 앞 해변에 영국 2층 버스 ‘루트 마스터’와 ‘LOVE 빅체어’를 설치했다. 루트 마스터는 런던의 상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조형물 주위에 황금빛 조명을 쏴 화려한 느낌을 준다. 여름철엔 오후 8시 점등이 시작된다. 익숙한 바다 배경만으로는 차별화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해변과 잘 어울리는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다.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의 야외수영장 ‘오아시스’는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메인 풀에서 남산과 N서울타워를 모두 배경으로 두고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 야외수영장은 남산이 보이는 천혜의 조경 환경과 돌, 나무 등 자연소재를 사용해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카바나에 마련된 개인 풀은 한 면이 투명 유리로 돼 있어 카바나 밖에서 사진을 찍으면 물놀이하는 전신을 담을 수 있다.

서울 신라호텔의 시그니처 아트.
서울 신라호텔의 시그니처 아트.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로비에서는 ‘시그니처 아트’가 고객을 맞이한다. 로비 천장에 설치된 투명 아크릴 조각은 박선기 작가의 ‘조합체(An Aggregation) 130121’이라는 작품이다. 은하수가 쏟아져내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조형물로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2013년부터 호텔 로비에 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제주 신라호텔은 더 좋은 인증샷을 남길 수 있도록 직원이 고객과 동행해 사진을 찍어주는 ‘숨비 포토’ 프로그램을 올해 3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호텔의 레저 전문가 서비스 직원이 호텔 내부의 인기있는 곳에서 사진을 촬영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제주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는 제주 경관이 잘 보존된 동쪽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 객실의 70%를 오션뷰로 구성했다. 특히 호텔 22호 라인 옆 공용공간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포토존으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 호텔 로비의 실내 곶자왈 공간과 큰 코쿤 형태로 꾸며진 밀리우의 개별 룸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포토 스팟으로 인기있는 공간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