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구청으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앞으로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판매할 때 ‘흑돼지’라고 표시하거나, ‘도토리만 먹고 자랐다’고 홍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또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등급별로 표시·광고해 판매하려면 위생증명서, 수입신고확인증 등의 자료를 구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베리코 돼지고기 허위 표시·광고 단속에 전격 나서면서 외식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발단은 지난 4월 한 소비자단체의 조사였다. 이 단체는 시중에 유통되는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조사한 결과 10%가 백색돼지를 속여 팔았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식약처는 이에 지난달 ‘수입 축산물 표시·광고 관리방안’을 내놓고 6월까지 전국 음식점, 정육점, 대형마트 등에 홍보한 뒤 내달부터 본격 지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외식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엉뚱하고 부당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식약처가 외식업체들에 보낸 안내문의 내용도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식약처, 이베리코 돼지고기 단속 왜?
이베리코 돼지(사진)는 스페인 이베리아반도를 중심으로 산간 지역에서 사육되는 토종 흑돼지다.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하는 품종으로 ‘강렬한 검정과 검정 계열의 다양한 채색을 나타낸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듀록 저지종 돼지와의 교배를 통해 50% 이베리코, 75% 이베리코, 100% 이베리코를 모두 ‘이베리코’라고 부른다.

국내에는 2010년 이후 수입되기 시작해 지난 5년간 수입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대량 생산하는 돼지가 아니라서 우리나라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의 1%가 채 안 된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해 일부 속여 파는 업자들이 등장한 것은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리코는 흑돼지가 맞는데, 흑돼지를 흑돼지라고 표현하면 영업정지까지 하겠다는 건 과잉 규제”라며 “이베리코 돼지고기로 장사가 좀 될 만했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통 단계에서 백색돼지를 이베리코라고 속여 판 소수의 업자 때문에 전국의 고깃집과 정육점까지 모두 피해를 보게 됐다”고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식품 허위 표시·광고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기 행위”라며 “다만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단속시점을 7월이 아닌 하반기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