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 5일 오후 5시

“미국 실리콘밸리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는 한국 대기업들의 문의가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마켓인사이트] "한국 대기업의 실리콘밸리 투자 문의 급증"
미국의 대형 로펌인 레이텀앤드왓킨스의 태드 프리즈 파트너 변호사(사진)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10대 그룹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리즈 변호사는 레이텀앤드왓킨스의 실리콘밸리 사무소 변호사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주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기업들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자금 유치와 인수합병(M&A) 거래에 직접 참여했다.

프리즈 변호사는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트랙터 업체인 미국 존디어같이 실리콘밸리에 관심이 없을 것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데이터 분석 관련 기업들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묻지마식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프리즈 변호사는 “미국 회사들도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며 “역사가 오래된 전통기업들과는 기업 구조, 운영 방식, 임금체계 등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앤서니 클라인 레이텀앤드왓킨스 변호사는 “인수하는 회사의 기술을 당장 활용하겠다는 식의 성급한 접근도 투자 실패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클라인 변호사는 “사람보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에만 탐을 내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피인수 기업의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실현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기업을 성공적으로 인수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 직원들이 새로 주인이 된 회사의 임금체계나 기업 운영 방식에 반발해 퇴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독립법인을 세워 별도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도 좋은 해결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인수 자체보다 통합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하기 전부터 인수 대상 회사의 구성원과 많은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레이텀앤드왓킨스는 글로벌 초대형 로펌으로 전 세계에 2600여 명의 변호사를 확보하고 있다. 대형 로펌으로는 유일하게 실리콘밸리에 사무소가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투자하기 위해 자문을 많이 맡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동훈/황정환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