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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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참관 ‘뉴스’가 주목받고 있다. ‘포스트 하노이’ 전략에 관한 김정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인민회의(12일)에서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된 후 잇따라 군사 행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론 미국을 향한 ‘도발’로 읽힌다. 하지만 이날 김정은의 군 시찰 장면은 일체의 화면이나 사진없이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재협상을 원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화전양면 전략이라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남(南) 때리기’에 나선 북한

김정은은 16일, 17일 군부대 시찰을 감행했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과의 재협상 시한을 “연말까지”로 못 박은 다음에 잇따라 군 격려에 나선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인용한 김정은의 언사도 도발적이다. “(신형) 무기체계의 완성은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른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했고,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 내는 무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험에는 김평해·오수용 당 부위원장, 조용원·이병철 당 제1부부장,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 당 간부들과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이영길 군 총참모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박정천 북한군 포병국장 등 군 지휘부가 참석했다.

김정은의 ‘군사 행보’는 다목적 포석을 염두엔 둔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보통 전술무기라고 하면 근거리 포나 작은 미사일 정도”라며 “예전에 대남 위협용으로 자주 써먹던 수법”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평양선언의 합의를 지키라는 일종의 대남 경고라는 설명이다.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남북군사합의를 비롯해 경협 재개 등 포괄적인 남북교류에 합의했다.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로서 행동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북, 실무협상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

‘2·28 하노이 결렬’ 이후 자칫 커질 수 있는 군부의 동요를 막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노이 회담 직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심야 기자회견에서 “사실 우리 인민들 특히 우리 군대와 군수공업부문은 우리가 절대로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 수천통의 청원 편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장거리탄도미사일 등) 전략군은 방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백악관도 17일(현지시간) AP 등에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알고 있으며 추가로 언급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응할 만한 수준의 도발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영변핵시설의 가동 징후를 비롯해 김정은의 잇따른 군사 행보에 대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기 위한 북한식 ‘밀땅’이라고 보고 있다. 핵과 모든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완전한 폐기라는 미국의 ‘빅딜’ 요구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24일께로 예상되는 북·러 정상회담 역시 대미 압박을 위한 김정은의 여러 포석 중 하나다. 게다가 김정은은 블라디보스토크에 가기 위해 중국을 경유할 가능성이 높다. 중·러를 ‘뒷배’로 활용할 것임을 대외에 과시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츰 대북 발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북핵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이사회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3차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보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징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증거를 내놓으라는 요구다.

당분간 미·북의 ‘저강도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 커질 전망이다. 볼턴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이야기해보려고 시도할 예정인 만큼 우리는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이미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