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이달 들어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석 달 만에 2조원 넘게 몰리자 자금 유치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퇴직연금 돈 몰리자 예금금리 내린 저축銀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1일부터 연 2.2%로 내렸다.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도 연 2.3%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출시 때 각 연 2.5%, 연 2.6%에 비해 0.3%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OK저축은행과 유진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OK저축은행은 DC·IRP 운용 정기예금 금리를 연 2.7%에서 연 2.3%로, DB 운용 정기예금 금리를 연 2.6%에서 연 2.5%로 내렸다. 유진저축은행은 DC·IRP 운용 예금은 연 2.5%에서 연 2.2%로, DB 운용 예금은 연 2.6%에서 연 2.3%로 각각 조정했다.

이 같은 ‘금리 인하 도미노’는 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상품에서 힘을 빼기로 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운용처로 저축은행을 추가했다. 높은 금리의 저축은행 상품이 등장하면 긍정적인 경쟁을 촉진할 거란 기대였다. 그동안 은행, 생명보험사 등이 주도해온 퇴직연금은 수익률이 낮아 불만이 많았다.

퇴직연금에서 저축은행 정기예금은 ‘돌풍’을 일으켰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 중후반으로 연 1.8~2% 초반 수준인 은행 상품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상품을 파는 저축은행 23곳의 적립금은 출시 후 3개월 만인 지난달 말 2조원을 넘겼다. 지난달 말 기준 OK저축은행이 3700억원을, SBI저축은행은 3000억원을 유치했다. 유진저축은행에도 1900억원가량 들어왔다.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너무 많은 가입자가 몰려들고 있다”며 “지금 같은 속도로는 연간 경영계획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부득이하게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저축은행들은 같은 이유에서 일반 정기예금 금리도 내렸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모두 연 2.2%다. 지난해 12월 대비 SBI저축은행은 0.6%포인트, OK저축은행은 0.5%포인트 낮췄다. 2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SBI저축은행은 연 2.9%에서 연 2.5%로, OK저축은행은 연 2.7%에서 연 2.2%로 인하했다.

저축은행들이 퇴직연금 운용 예금 금리를 단기간에 대폭 내리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퇴직연금 상품을 홍보할 때가 넉 달 전인데 그사이 배가 부른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