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정부는 부채 걱정 없이 돈을 찍어 쓸 수 있다’는 현대통화이론(MMT)과 관련해 “그냥 잘못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좌파 성향의 정치인과 학자들은 최근 현대통화이론을 앞세워 복지 확대 등을 위해 정부가 재정적자를 늘려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에 일부 역풍이 있는 만큼 통화정책에서 인내심을 갖겠다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파월 의장은 26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기축통화 국가에서는 재정적자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그냥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부 민주당 의원 등이 제기하는 공공 지출을 위해 정부가 무한대로 차입할 수 있다는 주장에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은 정부가 돈을 찍어 화석연료 체제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한편 모든 미국인에게 기본소득, 무상 대학 등록금, 메디케어(의료보험)를 제공하자는 ‘그린뉴딜’을 제안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Fed가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키지 않고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 국가 부채는 문제 되지 않는다는 현대통화이론이 배경이다.

파월 의장은 “Fed 역할은 특정 정책에 대한 지지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최대 고용과 안정된 물가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해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은 아울러 “경제 전망이 우호적이지만 최근 몇 달간 일부 역류하거나 상충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통화정책 변경에 대해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12월 주택착공 실적은 전월 대비 11.2% 감소한 107만8000채(계절조정치)에 그쳤다. 2016년 9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다.

파월 의장은 중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 미·중 무역협상 결과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