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 탓에 10년 만에 최저로 곤두박질할 전망이다.

영국은행(BOE)은 지난 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내놨던 1.7%에서 1.2%로 크게 낮췄다. 이 같은 성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7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8%에 달했던 영국은 지난해 이에 못 미치는 1.3~1.5% 성장에 그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브렉시트 '째깍째깍'…英 성장률 전망 10년 만에 최저
브렉시트는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나가는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GDP는 1.5~1.6%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내각은 노딜 브렉시트 상황을 가정한 경기부양 대책을 비밀리에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에 처할 경우 1970년대 오일쇼크와 비슷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3개월간 영국의 GDP는 직전 3개월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3분기(7~9월) 0.6%였던 영국의 전분기 대비 GDP 증가율은 8~10월 0.4%로 낮아진 데 이어 9~11월엔 더 둔화됐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자동차와 제약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영국 통계청은 “성장 저하는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스페인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면서도 “올해는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영국 경제의 앞날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영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150만 대에 그쳤다. 예년 생산량 대비 10분의 1가량 줄어든 수치다. 브렉시트 우려로 외국계 자동차 회사의 투자가 절반가량 감소한 탓이다. 지난달 영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개월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의 EU 탈퇴에 앞서 글로벌 기업의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 본사를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기업만 소니 파나소닉 등 250여 곳에 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간 씨티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런던 근무 인력을 프랑스와 독일로 재배치하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 다이슨조차 지난달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딜 브렉시트를 포함한 시나리오별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와 BOE는 ‘프로젝트 애프터’라는 이름의 비밀 조직을 구성했다. 관세 인하, 세금 감면 등 단기적 투자 촉진책을 비롯해 수출 지원 방안 등 중장기 대책까지 논의하기 위해서다.

브렉시트가 다음달 29일로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불확실성투성이다. 메이 총리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에게 브렉시트 합의문 일부 조항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