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5시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았다. 대통령이 새해에 기업인들을 많이 만나라고 청와대에 주문하면서 비서실장이 5대 경제단체 중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중소기업인들이 기뻐할 만했다. 올 들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높은 관심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기중앙회는 이날 하루종일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에 나설 예비 후보들이 노 실장의 방문을 두고 주판알을 튕겼기 때문이다. 정부와 가깝다고 주장하는 A후보가 비서실장 방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후보 측은 “중앙회장 선거를 한 달가량 앞두고 관권선거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진흙탕 싸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지만 예비 후보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선거와 관련해서 벌써부터 잡음이 나오고 각종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360만 중기(中企) 대통령’으로 불리는 26대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는 오는 28일 치러진다. 경제단체장 중 유일하게 선거를 통해 회장을 뽑는다. 예비 후보들은 7~8일 신청한 뒤 9일부터 27일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최근 B후보 측 관계자가 검찰에 고발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B후보 지지율이 50%를 돌파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유권자인 이사장들에게 보냈다. 선거를 위탁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문자를 보낸 B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를 허위사실 공표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밖에 “C후보가 벌써 선거비용과 과다한 금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D후보에 대해서는 “후보 등록은 하지 않고 부회장이나 다른 감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2강1중으로 어느 후보가 앞서고 있다”거나 “1강2중으로 누가 유력하다”는 판세 분석도 벌써 나오고 있다. 선거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입소문 마케팅이다. 수도권의 한 이사장은 “중소기업계가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며 “후보와 선거 캠프에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인신공격성 발언과 각종 유언비어가 판치는 게 중소기업계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