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1일 공개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 ‘딥 서피스(Deep Surface)’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1일 공개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국제설계공모전 당선작 ‘딥 서피스(Deep Surface)’ 조감도. /서울시 제공
일각에서 ‘수도 한복판에 있는 세계 최대 중앙분리대’라는 혹평을 받는 서울 광화문광장이 탈바꿈한다. 광장 양쪽을 지나는 왕복 10차로 도로는 광장 옆 한쪽으로 몰아 6차로로 줄이고, 광장 규모는 지금보다 3.7배 키운다. 세 곳으로 나뉘어 있던 광장 지하공간은 하나로 통합한다. 조선시대 육조거리를 복원하는 등 역사성을 간직한 국가 상징 광장으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에 CA조경과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선인터라인건축 등이 구성한 디자이너 팀의 작품 ‘딥 서피스(과거와 미래를 깨우다)’를 선정하고 2021년까지 광장 조성을 끝내겠다고 21일 발표했다.

광장일대 문화 예술 공간 집중 배치

2019년 광화문광장
2019년 광화문광장
당선작에 따르면 경복궁 광화문 앞에 약 3만6000㎡ 규모의 ‘역사광장’이 조성된다. 역사광장 남측으로는 약 2만4000㎡ 규모의 ‘시민광장’이 들어선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을 세종문화회관 옆과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각각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순신상 등) 이전 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충분히 시민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광화문역 지하공간을 시청역 공간까지 이은 1만㎡ 규모의 ‘지하광장’도 만들어진다. 지하광장은 콘서트, 전시회 같은 문화 이벤트가 연중 열리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지상에서 지하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성큰(sunken)광장 형태로 꾸밀 계획이다. 지하시설 연결은 광장 준공 시기에 맞춰 2021년에 마무리한다. 세종문화회관과 그 일대에는 콘서트홀 등 문화예술공간을 집중 배치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당선팀에 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 권한을 주고 설계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방침이다. 연내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2021년 준공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는 서울시와 정부 예산 총 1040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669억원, 문화재청은 371억원을 분담한다.

서울시는 광장 도로가 10차로에서 6차로로 축소되는 데 따른 교통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우회도로 확보와 정류장 개선 등 보완 대책도 공사 진척 상황에 맞춰 마련하기로 했다. 이원목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해 전체 도심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대중교통 추가 확충, 기타 연계 도로 활용 등 단계적으로 대책을 마련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GTX-A 광화문역 정차 확정 아냐”

서울시는 경기 파주 운정에서 서울 강남 삼성역을 거쳐 경기 화성 동탄까지 이어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정차역에 광화문역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GTX-A 노선은 지하 총 83.1㎞ 구간, 10개 정거장을 지나도록 설계돼 있다. 서울에서는 연신내, 서울역, 삼성역, 수서역 등에 정차한다. 이 중 민자로 추진되는 운정~삼성역 구간 공사를 지난달 27일 기존 설계안에 따라 이미 시작했다. 광화문역이 추가되면 설계 변경에 따른 상당한 공사 비용이 더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추가되는 비용을 서울시가 전액 부담해야 GTX-A 노선에 광화문역을 넣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화문역 건설비는 물론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운영 손실까지 서울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게 (역사 추가) 토의 전제조건”이라고 못박았다.

경제성 확보도 관건이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건설 및 운영비용을 부담하고 타당성조사를 통해 광화문역 추가에 대한 경제성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설계안의 정차역인 서울역과 광화문광장은 불과 2㎞ 남짓 떨어져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화문역은 서울역과 너무 가까워 철도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고 말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GTX-A 노선에 광화문역을 추가하기 위한 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에 필요한 예산 10억원을 확보해뒀다”며 “연내 타당성조사를 끝내고 국토부, GTX-A 민간사업자(에스지레일)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임락근/이해성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