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미'(삼일은 춥고 사일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뜻의 신조어)의 계절인 겨울엔 키즈카페와 같은 실내형 놀이시설이 더욱 인기를 끈다.

따뜻한 실내에다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고 있는 곳이 많고 놀 거리도 풍부해서 겨울철 아이가 있는 집에선 자주 찾는 장소다.

그러나 미세먼지 피난처라고 해서 마냥 안심하고 아이들을 풀어놓을 수 없다는 게 양육자들의 고민이다.

놀이기구 등 시설물에 부딪히거나 아이들끼리 놀다가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 일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키즈카페에서 아이가 다쳤다"는 하소연은 맘카페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 아이 노는 곳에 철제 모서리, 높은 문턱…"사고 무방비 많다"

부산 사하구에 사는 정모(29)씨는 지난달 29일 생후 36개월인 아들을 데리고 놀이방 시설을 갖춘 카페를 찾았다가 마음이 찢어지는 일을 겪었다.

그는 처음 겪은 사고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네이버 맘카페 '맘스홀릭베이비'에 글을 올려 다른 양육자들의 조언을 구했다.

아이가 놀이시설에서 나오다 철제로 마감된 테이블에 이마를 찧어 큰 상처가 났다는 것. 아이는 황급히 달려간 병원에서 '생체 일부 절제 및 근봉합술'을 받았지만, 흉터가 남게 생겼다.
"미세먼지 '피난처' 키즈카페 안전한가요?"
치료비가 20만원 넘게 들었지만 카페는 사고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고, 카페가 소속된 프랜차이즈 업체는 개인 영업장이라 본사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그나마 카페 측이 치료비의 절반을 배상하겠다고 뒤늦게 연락했지만,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씨는 18일 "아이가 다친 카페는 정식 키즈카페는 아니었어도 대형 놀이방을 갖추고 있어 아이를 동반한 손님의 재방문율이 높았던 곳"이라고 말했다.

아이 놀이방 운영으로 업소가 이익을 보면서도 아이들의 안전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아이가 다쳐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데도 점원들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자 보다 못한 옆 테이블 아저씨가 휴지를 건네며 병원에 빨리 데려가라고 조언해줬다"면서 안전사고에 무방비였던 카페 측 대처를 지적했다.

지난 4일 일산 킨텍스에 입점한 어린이 체험시설에서 8세 아동이 5m 높이에서 암벽타기 체험 중 안전요원의 실수로 잘못 고정된 안전띠가 풀리면서 다리가 두 군데나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부모는 아동 놀이시설의 안전규정이 강화돼야 한다는 국민청원을 올리고 맘카페 회원들에게 청원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 관악구의 키즈카페에 15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갔다가 20㎝나 되는 문턱에 아이가 걸려 넘어져 코피가 심하게 났다는 게시물이 맘카페에 올라왔다.

같은 해 3월에는 안전요원이 없는 트램펄린 놀이터에서 5세 아이가 넘어져 왼쪽 무릎이 골절됐다는 하소연도 올라왔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키즈카페 등 어린이 놀이시설 관련 안전사고 건수는 2014년 45건에서 2017년 351건, 2018년 387건으로 크게 늘었다.

미세먼지로 실외 활동이 제한되고 노키즈존이 범람하자 마음 놓고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많지 않은 양육자들이 자주 찾게 되었지만 안전 관리는 그만큼 강화되지 않은 탓으로 분석된다.

◇ 아동 놀이시설의 '관료주의'적 관리…행정 공백도

키즈카페로 대표되는 어린이 놀이시설을 갖춘 접객업소의 감독과 관리 체계는 실로 복잡하다.

6개나 되는 관련법에 따라 조각조각 관리되고 이에 따라 담당 부처도 6곳이나 된다.

미니 기차, 트램펄린, 에어바운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진흥법으로 다루고, 키즈카페에서 파는 음식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방시설은 소방청이, 공기 질은 환경부가 담당한다.

그네, 미끄럼틀, 공중놀이기구는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나눠 맡는다.

설치 전 제품 자체의 안전은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으로 산업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관할하고, 설치 이후에는 행안부가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으로 관리하는 식이다.
"미세먼지 '피난처' 키즈카페 안전한가요?"
관리지침이 지나치게 나뉘어있어 통합적인 안전 정책이 나오기 어렵고 소비자들이 문의를 하기도 까다로운 구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해 7월 적용법령, 안전검사·점검, 안전교육 등의 규정을 한데 모아 '통합관리지침'을 만들어 배포하라고 행안부에 권고했다.

문체부와 식약처에는 미신고 시설의 신고를 유도하라고 권고했다.

권고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연합뉴스가 아동 놀이시설의 안전 관리를 취재하기 위해 관계 부처에 문의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제품 상태일 때는 산업부, 설치 이후는 행안부, 음식이면 식약처, 트램펄린·미니 기차는 문체부"라는 것이었다.

여전히 파편으로 나뉜 채 맡고 있는 영역이 아니면 다른 부처로 돌리는 방식이다.

권익위의 통합관리 권고가 사실상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행정 공백도 눈에 띈다.

최근 일부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에게 '촉감 놀이' 공간을 제공한다며 설치하고 있는 '밀가루 놀이방'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놀이시설이나 놀잇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산업부에서는 "밀가루는 음식의 일종이니 식약처 관할"이라는 입장이고, 식약처는 조리해서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밀가루를 만지고 노는 형태이기 때문에 식약처 관할로 볼 수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피난처' 키즈카페 안전한가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밀가루 분진을 흡입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알레르기 질환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관리부처의 교통정리와 이에 따른 안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어린이 안전 관리를 통합하려고 해도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관계 부처가 더 긴밀히 협의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키즈카페 맘 놓고 이용하려면…"

'양육자 커뮤니티'에서 안전 사고에 관한 법률 자문을 하는 법률사무소 비상의 구민혜 변호사는 "아동 놀이시설의 안전규정이나 손해배상 지침을 명시해놓은 소비자 이용약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다치는 경우가 대부분 큰 사고라기보다 작은 부상인 때가 많다 보니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사례도 드물다고 한다.

배상을 받을 방법이 민사소송밖에 없지만, 실제로 소송을 결심하기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쉽지 않다.

구 변호사는 피해 구제책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렇게 대응하라고 당부했다.

▲ CCTV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사고 당시 영상을 요구할 것 ▲ 목격자를 확보할 것 ▲ 공개하는 곳이 적지만 업체가 사고보험에 가입했는지 미리 확인하고 이용할 것 등이다.

그는 "CCTV 영상의 요구도 업체가 응하지 않는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강제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아동 놀이시설이 있는 곳에 CCTV를 꼭 설치하고 소비자가 요구할 때 영상을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키즈카페 등에서 안전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업체에서 제공해야 할 정보는 무엇이고 소비자가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명시되면 놀이시설 안전사고에 대한 지금의 혼란한 상황이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주 이용자가 아이들이다 보니 언제 어떤 돌발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보호자의 감시 소홀을 탓하기보다는 사업자 측의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맘카페에서 free****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양육자는 "키즈카페 등은 놀이시설을 갖췄다는 이유로 입장료는 비싸게 받으면서 위생이나 안전 관리는 매우 허술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는 곳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아이가 다친 정씨는 "아이가 놀 수 있는 공간을 구비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안전사고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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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