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문구, 바로 겨울철 대표간식 ‘삼립호빵’의 슬로건이다. 추운 겨울이면 동네 가게 앞에 높인 빨간 원통 찜기 안에서 봉긋한 모양으로 침샘을 자극하는 빵냄새를 퍼뜨리는 호빵을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
호빵이란 이름은 ‘뜨거워서 호호 불어 먹는 빵’이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호빵은 겨울이 빵의 비수기였던 시절, 국내 제빵기업 SPC삼립(당시 삼립식품)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71년 개발한 국내 1호 ‘겨울빵’이다. 반응은 대단했다. 10월 중순부터 다음해 2월까지만 판매했는데도 SPC삼립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했다. 호빵은 제록스, 구글이 각각 복사기와 검색엔진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된 것처럼 찐빵을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출시 후 48년이 지난 지금까지 호빵의 누적판매량은 58억 개다. 연평균으로 하면 1억2300만 개 정도가 팔려나갔다. 호빵(지름 10㎝·높이 5㎝)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14.5바퀴 돌고, 위로 쌓으면 에베레스트산을 1만6000번 왕복할 수 있는 양이다. 개수로는 전 국민이 겨울마다 호빵을 2.5개씩 먹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호빵의 인기는 요즘도 식지 않고 있다. 성수기에 접어들기 전인 지난해 10월 호빵의 매출은 1년 전보다 40%가량 뛰었다. SPC삼립은 올 시즌에만 호빵 매출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인기 비결로 회사 측은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꼽고 있다. SPC삼립은 단팥, 야채를 기본으로 매년 피자 고구마 불닭 우유 등의 맛을 새로 내놓고 있다. 2016년엔 SPC그룹이 직접 개발한 ‘토종효모’를 적용해 빵의 맛도 개선했다. 올해도 골든에그 호빵과 버거 호빵 등이 출시됐다.
SPC삼립은 유통 채널도 세분화해 그에 맞게 시장을 공략한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최근엔 비싸더라도 꼭 필요한 만큼만 소량 구입하거나, 대량으로 최대한 싸게 구입하는 등 소비패턴이 양극화되는 추세”라며 “유통채널별로 특화한 제품을 개발해 출시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매장 전용으로는 ‘만찐두빵’을 내놨다. 10개들이 대용량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편의점에서는 ‘호호바오 고기만빵’과 ‘호호바오 새우만빵’을 출시했다. 낱개 제품으로 판매된다.
특허받은 포장기술인 ‘호빵 스팀팩’도 인기 비결이다. 호빵 스팀팩은 포장지를 뜯지 않고도 전자레인지를 사용해 제품을 가열하면 적절한 시점에 포장지가 알맞게 열린다.
찜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호빵의 식감을 그대로 살렸다. 이 때문에 젊은 층도 부담 없이 편의점에서 포장된 호빵을 산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