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함께 시어머니는 A씨에게 한 달에 한 번은 만나야 하지 않겠냐고 설득했다. 결혼식을 올린 직후 한참 '착한 며느리 병'에 걸린 A씨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신혼 기간 1년 동안 월 말이면 시댁을 찾았다.
얼굴 보고 인사 드리는 것 까지는 좋았다. 복병은 시댁 식구들의 생일이다. 시부모 뿐만 아니라 남편의 여동생과 그의 예비신랑, 큰아버지, 큰어버니, 아주버님 등 가족들의 모든 생일을 챙겨달라고 부탁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우리 가족은 생일 때 선물이나 용돈만 보내주고 너희들끼리 오붓하게 즐기라고 한다. 친동생과 오빠도 카톡으로 선물을 보낸다. 남편도 부모님 생신만 챙기고, 형제들은 카톡으로 축하 인사를 하거나 선물만 주고 받는 수준"이라고 비교했다.
시댁 식구의 생일이면 A씨는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꼭 지방에 내려가 밥을 산다. "한두 명도 아니고 한 번 모이면 8~10명 정도 된다. 매번 돈이 엄청 깨진다. 사실 처음엔 가족적인 분위기라 좋다 싶었다. 그런데 가장 황당한 것은 결혼하고 한 번도 내 생일을 챙겨주시지 않았다는 거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눈치 빠른 아주버님은 축하 전화라도 하긴 한다. 하지만 시부모님은 선물도, 축하 전화도 한 통 없었다"라며 분노했다.
남편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자 "우리 집이 널 딸처럼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네 생일은 내가 잊지 않고 챙겨주겠다"고 다독였다.
하지만 A씨는 "남편이 아무리 달래도 시댁이 너무 한 것 같다"면서 "이런 생각 하는 내가 나쁜 건가?"라고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선을 잘 지켜야 한다. 앞으로 평생 챙길 것 아니면 시부모님 생신만 챙기는 것이 좋겠다", "A씨가 먼저 시댁 식구들에 전화해서 '저 생일인데 밥 안 사주세요?'라고 물어보라. 귀여운척 하면서 뼈를 때리는 일침을 해야 한다", "시부모님 생신만 챙기고 다른 가족들에 대해서는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는 것이 제일이다", "남편과 양가 부모님 생신만 챙기는 것으로 합의를 보는 것이 좋겠다"고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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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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